[양낙규의 Defence Club]전투기 명칭에 숨어 있는 암호명
F-15K·KF-21 등 전투기애칭은 국민들이 부여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자체 생산한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6·25전쟁 발발 72년 만에 이룬 쾌거다. KF는 한국형 전투기 ‘Korean Fighter’의 약자다. 21은 ‘21세기’를 의미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산 전투기’라는 뜻이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항공기는 다양하다. 수송기를 시작으로 전투기, 훈련기 등 다양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고유 명칭과 통상명칭(별칭)이 부여하는데 임무에 따라 달라진다. 고유 명칭은 영문자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진다. F-15K, C-130, KT-1, KC-330, KF-16 식이다. 복잡한 고유 명칭에는 간단한 규칙이 숨어 있다. 이 법칙만 알면 항공기의 성능까지 파악할 수 있다.
고유 명칭 앞에 붙는 알파벳은 주요임무를 말한다. A는 공격기(Attacker), B는 폭격기(Bomber), C는 수송기(Cargo), F는 전투기(Fighter), H는 헬리콥터(Helicopter), T는 훈련기(Training), 특수 전자전 E(Electronic Warfare), 해상초계 P(Maritime Patrol), 정찰 R(Reconnaissance), 대잠전 S(Anti-Submarine)를 의미한다. 즉 F-15는 전투기, C-130은 수송기라는 의미다. 항공기 명칭 앞에 ‘K’가 하나 더 붙는다면 국내기술로 성능개량을 하거나 직접 개발한 항공기를 뜻하지만, KC-330 같은 경우는 예외다. 여기서 K는 ‘TanKer(유조선)’ ‘Kerosene(등유)’ 등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기는 애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1965년에 도입된 F-5의 애칭은 프리덤 파이터(Freedom Fighter). 당시에는 애칭이라는 개념이 없어 제작사인 미국 노스럽사가 붙인 애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F-4 팬텀Ⅱ(PhantomⅡ)와 F-16 파이팅 팰컨(Fighting Falcon)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첫 면허생산한 KF-5 전투기는 직접 애칭을 붙였다. 정부에서 ‘하늘을 제패하라’란 의미로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명명됐다. 첫 국산 훈련기인 KT-1의 애칭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정했다.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라’는 뜻에서 ‘웅비(雄飛)’란 별칭을 지어 줬다.
이후 공군이 도입하는 항공기의 애칭은 국민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2008년에 도입한 E-737 항공통제기의 애칭은 인터넷 여론조사로 결정됐다. 당시 2551명이 참가한 끝에 ‘피스아이(Peace Eye)’로 정해졌다.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감시자’라는 의미였다.
F-15K의 애칭은 슬램 이글(Slam Eagle)이다. 이 애칭 또한 2005년 국민 공모로 명명됐다. 슬램 이글은 ‘타격을 가하다’라는 ‘슬램’과 한미 공군이 함께 쓰는 작전용어 ‘그랜드 슬램(포착된 모든 적기를 격추했다)’에서 착안됐다.
T-50은 대국민 공모로 ‘골든 이글(Golden Eagle)’이란 이름을 받았다. 골든 이글은 맹금류인 검독수리다. FA-50은 ‘파이팅 이글’로 부여됐다. 2019년 전력화된 KC-330의 별칭은 백조자리를 뜻하는 ‘시그너스(Cygnus)’이며 공군의 첫 스텔스 전투기 F-35A는 ‘프리덤 나이트(Freedom Knight·자유의 기사)’다. 미군은 적을 번개처럼 공격한다는 뜻의 ‘라이트닝2(Lighting2)’라고 부른다.
국민이 지어준 KF-21의 애칭 보라매는 많이 사용되는 용어다. 보라매는 태어난 지 1년 안에 길들인 새끼 매를 의미한다. 털갈이하지 않아 앞가슴에 난 털이 보랏빛을 띠어 보라매로 불린다. 전투기 조종사의 길을 밟고 있는 공군 사관생도를 ‘보라매’라고 부르는 이유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했던 공군사관학교의 부지에 공원을 만들었는데 이 공원도 보라매공원이라고 부른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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