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 만나 성장한 박보영 “제가 가지고 있던 것 안에서 다른 변주를 주고 있어요”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2023. 8. 8. 08:00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배우 박보영이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캐아일체 계보를 이어 간다.
2015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처녀 귀신이 빙의 된 소심한 주방 보조 나봉선 역을 맡은 박보영은 순수하고 도발적인 면모를 자유롭게 오가는 능숙한 완급조절을 선보이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한 여자만 사랑하는 순정남과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첫사랑의 다사다난한 10년간의 첫사랑 연대기를 담은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승희 역으로 분한 박보영은 풋풋한 고교 시절부터 사회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10년간의 연대기를 그리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렇듯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으로 매 작품 완벽한 캐아일체를 선보이는 박보영이 올여름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로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 덕분에 선택하게 됐어요. 회사를 한번 옮기고 회사 대표님이 많은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이 작품도 나한테 들어온 작품이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너무 하고 싶다’라고 말했고, 참여를 할 수 있는지를 여쭤봤어요. 원래 이런 장르를 좋아해요.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은 갈증이 많았어요. 어쨌든 이 직업을 선택하고 많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욕심이 자꾸 생겨요. 한쪽 영역으로 커지는 느낌이 들어요. 다른 부분도 시행착오를 겪고 '이건 내가 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보고 싶어요.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하면서 동그랗게 커지고 싶어요. 오락 영화가 아닌 재난 영화라는 점을 알고 극장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가 무거울 수도 있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준다고 생각해요. 평소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그런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어요.“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명화 역으로 한층 더 성숙해진 눈빛과 연기를 예고하는 박보영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밀도 있게 표현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감독님이 명화에게 요구하는 바는 명확하셨던 것 같아요. 같이 길을 찾아가는 방향과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명화는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죠. 민성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가져야 하다 보니 새로운 모습과 잘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명화가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을 시나리오 보면서 응원했어요. 그래도 명화 같은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이 친구가 하는 선택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었죠. 누군가는 계속 신념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모습 중 하나일 거예요. 이것을 선택하고 나서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황궁 아파트에서 시작된 첨예한 갈등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단단한 내면을 지닌 명화를 안정적인 표현력과 강렬한 감정 연기로 그려낸 박보영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영화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면 깜짝 놀라요. 그런 강단 있는 성격을 지향했었어요. 예전에는 그런 말을 잘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어요. 그 시기가 그런 것을 꿈꾸고 시도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봐주시는 모습이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이미지라서 '할 말은 합니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30대가 되면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변화한 모습에 만족해요. 로코를 많이 하다 보니 톤 자체가 높아요. 원래 콧소리도 있어요. 민성과 숨을 때, '빨리 들어와'하는 장면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원래 톤이 튀어나오더라고요. 모니터를 하고 '이건 명화가 아니고, 나다'라고 자각했어요.”
박보영은 가족을 지키고자 애쓰는 민성 역 박서준과 달달한 첫 부부 호흡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재난 상황 속에서도 각자 지켜내야 하는 것들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흡인력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감을 배가시킬 예정이다.
”변화하는 민성을 보면서 바로잡아 주고 싶었어요. 결국은 무너지리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었어요. 명화가 하는 선택들은 '이 길로 가면 안 돼. 같이 하자'를 이야기해서 다른 사람도 챙기는 행동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명화 입장에서는 민성과 같이 휩쓸려서 가다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박서준 배우와는 이상하게 연기에 대해 상의를 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찍을 때부터 잘 되는 배우였어요. 테스트를 하고 바로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주고받는 것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부부의 케미가 편안했어요.“
극 중 명화는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과 대립하는 캐릭터. 소속사 선배인 이병헌의 연기에 슬럼프까지 겪었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안 무서웠는데, 실제로 마주한 이병헌 선배의 눈빛이 무섭더라고요. 원래 선배가 다른 배우의 연기에 대해 말씀을 하시는 편은 아니지만, '시선을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까지 잘 봤으면 좋겠다'라고 코멘트를 딱 한 번 해주셨어요. 오히려 선배님과 빨리 친해지면 영탁에 대한 부분들이 방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병헌 선배는 모르시겠지만요.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보고 슬럼프가 오기도 했어요. 명화라는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기도 했어요. 옆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슬럼프가 오기도 했지만, '난 이병헌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극복했어요. 같이 연기했던 선배님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선배들은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이상하게 위안이 됐어요.“
그동안 러블리하고 밝은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박보영에게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 작품 하나로 이미지 변신을 하는 건 어렵죠. 문을 두드려봐야 하는데 보시는 분들이 어떠실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엄청나게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제가 가지고 있던 것 안에서 다른 변주를 주고 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걸 다 버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사람으로 점차 젖어 들게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제가 그렇게 많은 장르를 해보지 않아서 아직 갈 길이 멀더라고요. SF 장르도 아직 안 해봤어요. 어른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나이가 서른 중반이 넘어가고 있으니까 조금 더 지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조금 천천히 가다 보면 다양한 장르를 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재능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참 즐겁다. 박보영과의 만남은 그런 이유로 앞으로도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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