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반 초등교사’ 둘 잇단 극단선택… “학부모에 고통”
학교는 교육청에 ‘단순 추락사’ 보고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두 명의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잇달아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의정부시 A초등학교에서 2021년 5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교사 김은지(당시 23세)씨가 그해 6월 목숨을 끊은 이후 바로 옆 반인 5학년 4반 담임 교사 이영승(당시 25세)씨도 12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7일 MBC가 보도했다. 두 사람 모두 4~5년차 초임교사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 원인은 두 교사 모두 ‘단순 추락 사고’였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매체에 요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 교사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혼잣말을 했다)”라고 매체에 전했다.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가 만류하며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 하지만 1년 뒤부터는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받는 걸 수시로 봤다”며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만 하더라). 굉장히 전화받는 걸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김 교사의 2019~2020년 일기에는 그의 심적 고통을 짐작할 만한 내용들이 적혔다. ‘애들이 내 머리 위에 있어’ ‘내 탓이 아니야’ ‘긴급회의가 있으니 학교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체육 전담이라도 상관없다’ 등이다.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몇 차례 병가를 냈던 김 교사는 2021년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에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편 이 교사는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학부모 항의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페트병 자르기를 하던 아이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났는데, 이 학부모는 아이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며 치료비 보상 요구를 해 왔다.
이듬해 이 교사가 휴직하고 군 입대를 한 뒤에도 학부모의 항의는 계속됐다. 군대에까지 전화를 걸어오는 지경이었다. 학교 측은 이 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겼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에서는 우리 애한테 (학부모와) 연락해서 해결을 하라고, 돈을 주든가 해서 전화 안 오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교사가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학급에서 따돌림 문제가 생겨 상담도 많이 했고, 반 학생 한 명이 장기결석을 해서 아이 부모와 400건에 달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특히 따돌림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는 이 교사에게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마라” “익명채팅창으로 공격을 받는다” 등 세세한 요구와 불만 제기를 했다. 이 학부모는 교감을 만난 뒤 직접 교실을 찾아가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부모는 “제가 요구한 건 단 하나였다. ‘왜 얘만 이렇게 당해야 되냐. 선생님은 그거 아시면서도 왜 맨날 그렇게 처리를 하셨냐.’ 공개 사과해 달라고 했다”면서 “제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거다.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했는데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으신 것 같기는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 같은 학부모와의 갈등이 있던 다음 날 새벽 이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학교 측은) 문제 있는 학부모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담임 하고 해결하라’는 말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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