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32개 종목 상장폐지…투기 판치는 정리매매의 세계
가격변동폭 제한 없어…단기 차익 노리고 ‘상폐빔’ 노리면 곤란
올 들어 7일까지 우선주 포함 32개 종목이 상장폐지됐다. 코스닥 상장사 엠피씨플러스를 시작으로 합병에 실패한 스팩(SPAC)들이 줄줄이 사라졌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진 상장폐지 사례다.
이들 종목의 상장폐지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정리매매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투기성 매매가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어서 주가 변동폭이 크다. 상·하한가 제한도 없어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도 수두룩하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주식인 만큼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는 오는 11일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6월28일 거래소에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임시주총에서 10대 1 액면 병합 안건도 통과시켜 주식 수를 10분의 1로 줄였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정리매매 기간 동안 소액주주의 주식을 주당 190만원(액면 병합 전 공개매수 가격인 19만원과 동일)에 장내매수한다. 상장폐지 후에는 6개월간 주당 190만원에 장외매수할 예정이다.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리매매 첫날 장중 최고가는 190만1000원이었으며 종가는 190만원이었다. 이날 종가도 190만원이었다. 특히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3일부터 8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유통주식의 절반을 직접 사들였다. 지난해 자진 상장폐지한 맘스터치도 정리매매 기간과 상장폐지 후 6개월간 주식을 주당 6만2000원에 공개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정리매매 기간 맘스터치의 주가는 최고가 6만2100원, 최저 6만1500원이었다.
보통 정리매매를 진행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변동폭이 크다. 가격제한폭이 없기 때문이다. 또 정규거래와 다르게 30분마다 호가를 접수한 후 단일가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허수 주문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기업은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주가 변화가 크지 않다.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공개매수와 같은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조치가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개매수로 매수 가격이 정해져 있어 그만큼 변동성이 줄어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정리매매가 진행된다는 것은 회사의 가치를 장담하기 어려워지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정리하거나 매수하는 과정에서 변동폭이 커지게 된다"며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매수하는 주체도 있다 보니 변동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팩도 주가 변동폭이 작은 편에 속한다. 올해 상장폐지된 DB금융스팩8호의 경우 정리매매 기간 동안 주가가 2050원선에서 머물렀다. 또 지난달 5월에 상장폐지된 미래에셋대우5호 스팩도 2015원에서 주가가 움직였다. 이는 스팩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팩의 경우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공모자금을 받아 미리 상장시킨다. 이후 비상장사와 합병해 해당 비상장사를 우회상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공모 당시 유입된 자금을 대부분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맡겨둔다.
여기서 소정의 이자가 발생한다. 만약 상장폐지가 되면 청산 과정을 거쳐 지분율만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팩 상장폐지 후 청산까지는 3~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2년6개월치 은행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자금이 묶인다는 단점은 있지만 몇 년간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
이와 달리 올해 무더기로 상장폐지된 우선주의 주가 변동폭은 컸다. 지난달 흥국화재2우B를 비롯해 DB하이텍1우, SK네트웍스우, 삼성중공우, 현대비앤지스틸우 등의 우선주가 상장폐지됐다. 이들 중 삼성중공업우는 정리매매 첫날 전거래일 대비 73.53% 하락했다가 다음 날에는 196.55% 상승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도 정리매매 둘째날인 7월7일 전거래일 대비 65.07% 올랐다가 다음날에는 38.62% 하락했다.
다만 매수 타이밍을 잘 잡으면 오히려 짭짤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종목은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 상장폐지된 게 아니다. 상장주식 수가 2개 반기 연속 20만주 미만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상장폐지가 된다고 해도 장외거래소에서 매매가 가능한 만큼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매해 높은 배당 수익을 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14일 상장폐지된 DB하이텍1우의 경우 종가는 1만7500원이다. 지난해 DB하이텍이 우선주에 배정한 배당금은 주당 1350원이었다. 투자자가 지난 14일 종가로 DB하이텍1우를 매매하고 올해 배당금도 지난해와 같다면 시가배당률이 7%가 넘는다. 올해 우선주가 상장폐지된 회사의 관계자는 "주식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배당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리매매 시기에 단순히 단기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이른바 '상폐빔(상장폐지 되는 종목이 마지막 빛을 발한다는 뜻)'을 위한 투자는 위험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단타 수익을 노리는 일부 세력에 휘둘려 개인 투자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리매매 첫날 물량을 싸게 사들인 후 높은 가격에 팔면서 주가를 띄운다. 이후 주가와 거래량이 폭발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량을 정리한다. 이때 물량을 받은 사람들은 주식을 처분하기도 어렵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거래량이 줄어들고 주가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리매매 마지막 날은 대부분 급락하면서 마무리되는 만큼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올해 상장폐지된 엠피씨플러스의 경우 정리매매 첫날 전거래일 대비 196.84% 상승한 244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날 종가는 359원이었다. 특히 적자 지속이나 배임·횡령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된 종목들의 경우 다시 상장하기도 힘든 만큼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 다반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리매매는 폭탄 돌리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 데다, 잘못 들어가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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