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희생으로 변화 찾는 사회 [기자수첩-정책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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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나는 세종에서 청주로 가고 있었다.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무고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부상자 10명을 냈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두 차례 접수했으나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충북소방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나, 물이 가득 찬 지하차도에서 소방이 보유한 장비로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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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나는 세종에서 청주로 가고 있었다. 지인들과 약속에 늦지 않게 차를 타고 가던 중 오송역 인근이 물에 잠긴 모습을 봤다. 그러던 중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됐으니 일단 현장으로 오라고 했다.
뉴스를 검색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길에는 침수된 지하차도가 있었다. 순간 식은땀이 났다. 30분만 더 일찍 출발했다면 나도 위험했을 수 있었다.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무고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부상자 10명을 냈다. 누구나 겪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려 버스에 탔던 청년, 주말에도 일하러 떠난 직장인 등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길에서 벌어진 참사였다. 그 누가 물폭탄이 쏟아질지 알았을까.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은 침수 사고 관련 기관들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인근 미호강 제방을 부실 관리했고 사고 당일 기관 5곳 등이 모두 계속된 위험 경고를 무시해 참사로 이어졌다는 게 결론이다.
담당 관련 공무원들의 안일한 대응과 제 역할을 다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송 참사는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라는 게 분명하다.
감찰 결과는 당시 현장에서 느겼던 황망함과 분통함이 동시에 느껴질 정도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충청북도,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은 모두 뒷짐을 졌다.
행복청은 미호천교 공사 담당 감리단장에게 무려 7차례 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로 범람 위험 신고를 보고받았다. 여러 기회가 있었음에도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비극적 사고의 선행 요인이 됐다.
충북도와 청주시도 수차례 신고를 받았지만, 마땅한 조치는 없었다. 위기의식이 없었던 탓일까. 방관적 태도는 수많은 질타로 돌아왔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미호천교 범람 및 궁평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 신고를 두 차례 접수했으나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112 신고시스템에 출동한 것처럼 입력·종결 처리한 이유에 대해선 정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충북소방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유일한 기관이나, 물이 가득 찬 지하차도에서 소방이 보유한 장비로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 상황실은 현장 출동 대원 보고에도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지 않았다.
한 곳만 적절하게 조치했다면 24명에게 지난달 15일은 어떤 날로 기억됐을까.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치권과 재발 방지를 논하기보다 전 정권을 책임을 탓하는 그림, 고개 숙이지 못하는 ‘윗선’ 등을 바라보면 이번 참사는 예견된 상황이었을까. 답답하다.
매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난다. 뉴스를 보면 비보만 잇따른다. 사건 성격과 장소, 사람은 다르지만 안타깝게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은 같다. 쳇바퀴 굴러가듯 국가와 지자체는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방기한다. 시민들은 국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계속 방치된다.
참사를 통해 악의적인 정치공세와 비인간적인 모습이 보일 때면 우리 사회가 점점 공감 능력이 떨어져 가는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잠시 앉아 그들의 마음을 동감하고 잠시라도 함께 울어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항상 소중한 생명이 떠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때면 ‘미리 막을 수 없었나’는 원망이 감정이 요동친다. 안전대책은 아무리 잘 세워도 칭찬받기 어렵다. 희생을 통해 추모하며 변화를 찾는 사회는 이제 없기를, 또 속겠지만 간절하게 기도한다.
짐작 가지 않을 공포와 고통 속에 휩싸였을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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