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행정 공무원 억울하지 않게…면책보호관 속속 도입
용산구·서대문구 등 면책보호관 신설
몇 년 전 한 지자체 공무원 3명이 염색산업단지에 의료용 세탁 공장을 입주시키는 과정에서 광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았다. 폐수처리가 필수이나 독자적인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의료용 세탁 공장을 폐수처리장을 갖춘 염색산업단지에 입주시켰다. 그런데 지자체 고시상 해당 염색산업단지에는 세탁 공장 입주가 불가능했다. 이 공무원 등 3명은 징계 문턱까지 갔지만 마지막 순간에 공익을 위한 적극행정 사례로 면책보호 대상으로 인정받아 징계를 면했다.
적극행정을 펼친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면책보호관 제도를 신설·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는 7일 올 하반기부터 적극행정 면책보호관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적극행정 면책보호관은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추진하다가 감사원이나 상급기관 감사를 받을 경우 권익 보호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사내 변호사가 정당한 공무 중 송사에 휘말린 직원들을 조력하는 것과 유사하다.
용산구청 감사담당관이 면책보호관 역할을 맡는다. 면책보호관은 면책 절차를 상담하고, 심사 면책자료 검토, 면책심사 참석, 법률정보 알선 등을 지원한다. 용산구는 앞서 2020년부터 해마다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발하고, 적극행정 마일리지를 주는 등 적극행정 공무원을 지원해 오고 있다. 다만 면책보호관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공무원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포상과는 다른 차원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일하는 공무원이 되길 주저하는 것은 감사에 대한 부담이 큰 탓"이라며 "이제 우리 공무원들이 적극행정 면책보호관을 믿고 구민을 위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강동구, 서대문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시기 이 제도를 도입했다. 강동구는 지난달 적극행정 추진을 위한 심의 기구인 적극행정지원위원회 운영을 활성화하고,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을 선발해 인사상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적극행정 추진과 관련해 법률지원과 면제 제도 시행 등 관련 공무원에 대해 보호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반대로 소극행정 예방을 위한 상시점검과 소극행정으로 확인될 경우 유형별로 조치하고 교육하는 활동도 병행하기로 했다. ‘영유아 적응 같이가치 시범사업’ 등 주민 체감도가 높은 현안을 아예 적극행정 중점추진과제로 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서대문구도 지난달 초 면책보호관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라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업무 행위에 대해 사후 보호·자문은 물론 사전 컨설팅을 통해 의사결정과 처리 방향 등에 대한 의견도 제시해준다.
공무원의 적극행정 면책 지원이 최근에 생긴 제도는 아니지만, 점차 적용 문턱이 낮아지고, 지원도 강화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적극행정 종합평가를 도입해 우수 지자체에 재정 인센티브를 주고 있기도 하다. 2019년 8월 인사혁신처가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한 이후 지자체들이 적극행정 운영 조례 등 자치법규를 정비하면서 적극행정 사전 컨설팅제도와 적극행정 면책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 현실과는 간극이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2020년 9월 조례를 제정해 제도를 도입한 이후 해당 구청 공무원이 적극행정 면책 지원을 요청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했다.
중소기업 규제개선을 꾸준히 주장해 온 박주봉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오래전부터 ‘적극행정 면책’을 주장해왔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이 공무원들 사이 만연해 있으므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하다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과감하게 면책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옴부즈만은 "적극행정 면책제도가 있더라도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실제로는 적극행정에 나서지 못한다"면서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는 감사할 때 처벌 위주의 감사 아니라 지도 위주의 감사를 하겠다고 감사원법에 명문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원법 제34조는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에서 정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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