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why Z]아이돌 팬들이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감독들

김은구 2023. 8. 8.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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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음악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진화했다. 한때는 ‘얼굴 없는 가수’도 많았고 노래 잘하고 음악만 좋으면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소위 ‘비주얼’이 받쳐줘야 팬덤이 생긴다. 그 비주얼을 뒷받침 해주는 게 바로 뮤직비디오(이하 뮤비)다. 우리나라에서 뮤비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 시절에는 강렬한 비주얼의 뮤비를 잘 찍던 홍종호 감독, 영화 같은 뮤비를 잘 찍던 김세훈 감독이 인기가 많았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돌 팬들이 좋아하는 뮤비 감독은 누가 있을까?
에스파 '스파이시' 뮤비(사진=SM엔터테인먼트)

X재국 : 요즘 아이돌 뮤비는 어떤 특징이 있어?

Z연우 : 대부분 스토리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에스파처럼 세계관이 뚜렷한 그룹은 세계관을 뮤비로 표현하고, 뉴진스처럼 그 곡의 내용을 영화처럼 찍기도 해요.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한 뮤비들도 많고, 또 다른 세계처럼 비현실적인 배경에서 찍기도 하고, 학교나 직장같이 현실적인 배경에서 찍은 뮤비들도 팬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뮤비를 볼 때 다채로움과 화려함이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런 건 처음 봤을 때만 강렬하지 또 찾아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결국 오랫동안 사랑받는 뮤비들은 미적 감각이 좋으면서 더 파헤쳐보면 소름 돋는 스토리라인이 있는 뮤비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뉴진스의 ‘디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여자)아이들의 ‘알러지’와 ‘퀸카’가 있죠. 

X재국 : 아이돌 팬들이 특히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감독도 있어?

Z연우 :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뮤비를 이 감독이 찍었다!” 했을 때 팬들이 엄청 열광하는 감독들은 노상윤, 신희원, 신우석이 대표적이에요. K팝 팬들이 사랑하는 노상윤 감독의 작품들은 NCT 재현의 ‘포에틱 뷰티’, NCT 127 ‘레귤러 드림, 이레귤러 오피스’, 그리고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와 ‘애프터 라이크’가 있어요. 또 아이브의 써머필름도 엄청 화제가 됐는데 ‘노상윤 감독이 디렉팅하고, 정세랑 작가가 내레이션을 쓰고, 장원영이 연기했다는 점에서 이미 끝났다’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신희원 감독의 대표작은 레드벨벳의 ‘러시안 룰렛’, 에프엑스의 ‘포월스’, 그리고 뉴진스의 ‘어텐션’, ‘슈퍼 샤이’ 등이 있죠. 곧 공개될 더보이즈의 신곡 ‘립글로즈’의 뮤비도 신희원 감독이 맡았다는 말에 더보이즈 팬들은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도 최근에 뉴진스의 ‘디토’, ‘OMG’, ‘쿨 위드 유’, ‘ETA’ 뮤비 디렉팅을 맡아 사람들에게 ‘아이돌의 뮤비 퀄리티가 이렇게 대단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했어요. 

양조위, 정호연이 출연한 뉴진스 '쿨 위드 유' 뮤비(사진=어도어 제공)


X재국 : 뮤직비디오 덕분에 더 이슈가 된 아이돌은 누가 있을까?

Z연우 : 에스파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항상 뮤비가 화려하고 액션영화같은 느낌이 들어요. 에스파 세계관에선 멤버들이 모두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에스파의 아바타인 나이비스도 자주 등장해요. 그리고 매 뮤비마다 블랙맘바도 등장하는데, 에스파의 데뷔 뮤비부터 최근 뮤비까지 쭉 보다 보면 에스파와 블랙맘바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돼요. 뉴진스는 데뷔초부터 뮤비의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아이돌 중 하나지만 ‘디토’ 이후부터 뭔가 더 스토리가 담겨져 있고 하나의 영화 같은 느낌의 뮤비를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최근 ‘쿨 위드 유’에서는 정호연과 양조위가 뮤비에 출연하면서 아이돌 뮤비지만, 그냥 아이돌만 보여주는 것 보다 그 노래의 메시지를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뮤비는 처음이라 신기하고 감동적이었어요. 남돌 중에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뮤비들이 항상 소름돋는 해석을 가지고 있는 걸로 유명한데 ‘뮤비에서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왜 갑자기 저기로 가는 거지?’라는 의문점이 들어 홀린 듯이 해석을 찾아보게 만드는 뮤비들을 많아요. 

뮤비는 확실한 하나의 장르다. 단순히 음악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돌의 세계관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고, 노래에 담김 의미와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하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적인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뉴진스 ‘슈퍼 샤이’ 뮤비를 보고 그동안 우리나라 아이돌 뮤비가 고집했던 세트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또 정국의 ‘세븐’ 뮤비를 보고 우리나라 뮤비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날이 곧 올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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