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정례화 공감대…"공동성명, 대중 지렛대 될 듯"
“휴가철에 휴가지에서 열리는, 편안한 분위기의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 정상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겠지만, 그만큼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어 보인다.”
10일 앞으로 다가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의 한ㆍ미ㆍ일 정상회의에 대해 익명을 원한 한 정치학자가 7일 내놓은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세 정상은 18일 미 대통령의 휴가지인 ‘캠프 데이비드’에 모인다. 한ㆍ미ㆍ일 정상회의는 1994년 처음 개최된 이래 이번이 13번째다. 앞선 12번은 모두 다자회의가 계기였다. 3국 정상회의만을 위해 세 정상이 따로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첫 정상회의다.
3국 정상회의 결과물은 공동 성명에 담길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계기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와 경제 안보 대화 출범을 핵심 내용으로 채택한 '프놈펜 성명'의 연장선이다. 현재 당사국 핵심 관계자들이 공동 성명 내용을 놓고 한창 조율 중이라고 한다.
핵심 의제 중 하나는 3국 정상회의 정례화 여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3국 정상이 자주, 정기적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공감대는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세 정상이 세계에서도 가장 바쁜 지도자들인데, 이를 공동 성명에 명기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정례화 여부는 정상 간 협의 결과에 달렸다”는 조태용 안보실장의 말마따나 협력·소통 강화라는 큰 기조 속에 막판까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각에서 거론한 3국 정상 간 핫라인 설치에 대해 당국은 “핫라인 설치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3국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에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을 전망이다. 이미 공식화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진행 상황을 챙기고 가속하는 것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공 의지도 재천명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일본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의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NCG는 4월 윤 대통령 국빈 방미의 핵심 성과물로 한ㆍ미 양자 간 이슈라는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일관된 설명이다.
대북 이슈 외에 핵심 의제는 3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선 프놈펜 성명에 ‘인도-태평양’(인ㆍ태)은 16번 언급됐다. 북한이 6번 언급된 것에 비춰볼 때 3국 정상회의의 무게추가 인ㆍ태 전략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등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처럼,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더라도 대중(對中) 견제용 메시지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
한ㆍ미ㆍ일 정상회의가 미국의 국가 전략에 따른 중국 견제용 협의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여권 고위 당국자는 “핵심 의제는 북한으로, 중국 견제용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렛대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향후 행보에 따라 3국 정상회의 성격이 재규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중국은 견제구를 날렸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표면적으로는 3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미국은 항상 동북아에 ‘작은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식’ 3각 군사동맹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국과 일본에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 소식통은 “캠프 데이비드의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 3국 정상이 툭툭 던지고 받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다 보면 의제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외교가에선 ‘경제 통상 관계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협력 관계’라는 대중 관계의 원칙을 잘 고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최근 미국이 이번 회의 공동 성명에 “한ㆍ일 각국이 공격받으면 서로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를 원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대해 당국자가 “부정확하다.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기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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