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안보이익 안 해치게" 文정부 봉인, 사드 '3불1한' 씨앗 됐다
“사드 체계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중 간 첨예했던 사드 갈등을 ‘봉인’했다고 자평한 2017년 10월 31일 당시 ‘한·중 관계 개선 협의’ 결과 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구동 반경이 2000km에 달하는 일명 ‘사드 레이더’(X밴드 레이더)가 내륙의 군사기지를 탐지할 수 있다는 중국 측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문구였다.
당시 협의엔 각각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한·중 협상 수석대표로 나섰다. 공개된 협의 결과문은 중국 측의 요구를 나열하고, 이에 대한 한국 측의 조치와 한·중 간 추가적 소통을 예고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사드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중국 외교부 차원의 우려와 항의를 청와대가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결과 문서엔 “중국 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했다”는 내용과 함께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 측은 한국이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했다”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담겼다.
문맥상 ‘관련 문제’는 사드 레이더를 둘러싼 중국의 우려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적으로 중국 본토까지 탐지 가능한 사드 레이더를 ‘적절히 처리’할 방법은 사드를 철수하거나,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애초에 레이더 운용 각도를 제한하는 방법뿐이다. 이같은 문구를 결과 자료에 담은 것 자체가 중국이 1한(사드 운용 제한)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결과 문서에 중국 측의 입장과 요구사항은 충실히 반영한 것과 달리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정당한 입장과 주장이 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담긴 것도 문제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명시하는 대신 “본래 배치 목적”이라고만 표현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서도 직접적 언급 없이 “(한·중 간)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매듭짓는 식이었다.
이는 협상 당시 대중 외교의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외교부가 제대로 관여하지 못한 결과라는 시각이 외교가에는 많다. 외교적 협상에서는 '51 대 49'를 최상의 결과로 볼 정도로 미묘한 주고받기가 이뤄져야 한다. 각기 유리한 대로 해석할 수 있는 ‘회색지대’를 남겨 여지를 두는 것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당시 문재인 청와대는 오히려 '한·미·일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더해 3국 군사훈련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중 관계 개선 협의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일 3국이 합동 훈련도 안 한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스스로 미래의 안보 선택지를 제한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 한·미·일은 공조의 강도와 범위를 대폭 늘리고 있다. 오는 18일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첫 한·미·일 단독 정상회의가 열린다. 3국은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3국이 참여하는 연합 군사훈련 강화 등 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담기 위해 관련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드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해줄 것이라고 믿었고, 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적절한 조치’라는 표현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며 “문재인 정부에선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일단 덮고 가자’는 식으로 사드 갈등을 묻어두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원하는 중국과 그럴 권한이 없는 한국의 이견은 이후 한·중 관계의 갈등요소로 자리잡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재점화돼 양국 간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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