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침체 피했다? 동의 못해" 연착륙 기대에 경계 목소리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월가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하반기 또는 내년 중 침체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CNN비즈니스는 7일(현지시간)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등과 달리, CIBC를 비롯한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말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CIBC 프라이빗 웰스US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데이비드 도나베디안은 CNN비즈니스에 "우리의 견해는 하반기 침체(recession)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경제지표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이는 지난달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표가 향후 경제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그는 많은 지표가 향후 경제가 약세를 보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경기침체의 선행지표 격인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 기업 실적 역시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다음 테스트는 이번 분기 말이나 4분기 초쯤이 될 것"이라며 "지표가 놀라울 정도로 좋았던 것에서 놀라울 정도로 나쁜 것으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 BoA를 비롯한 대형은행들이 잇달아 연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싣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끈다. Bo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실업률이 전진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미 경제가 향후 몇분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클 가펜 이코노미스트는 "더 이상 가벼운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 대신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크 페롤리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 4일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투자자 메모를 통해 "더 이상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형은행들이 잇달아 침체 전망을 철회하면서 주요 은행들도 빠르게 이를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는 곳들이 다수 확인된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말, 웰스파고는 내년 상반기부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FX스트리트는 웰스파고 보고서 등을 인용해 세 가지 주요 도구가 모두 내년 내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S&P500지수와 ISM 제조업지수의 고용요소 등을 기반으로 한 예측도구를 살펴보면 지난 5개 분기 중 4개 분기에서 경기침체 확률 5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역사적으로 확률 50%를 넘었을 때 향후 4개 분기 이내 침체가 발생했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까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10년물 국채-1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연방기금금리(FFR) 간 임계값 역시 침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FX스트리트는 "최근 탄력적인 경제지표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프레임워크는 2024년 초 경미한 침체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PNC 역시 경기하강(downturn)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PNC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거스 포처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몇달 전 우리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하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제는 올해 말이나 2024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력하고 소비도 괜찮은 상태"라면서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높은 금리가 경제활동을 크게 방해하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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