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환경철학이 빠진 압구정 재개발

2023. 8. 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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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서울시는 '압구정 2~5구역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을 확정·발표했다.

그런데 '신통기획'으로 진행하면 사업 초기부터 서울시가 주도해 통상 5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이 2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그런데 무려 17쪽이나 되는 서울시의 '신통기획' 보도자료 어디를 봐도 탄소중립(에너지 절감) 개념은 '단어' 하나도 없다.

특히 지난번 서울시장 재임(2006년 1월~2011년 8월) 때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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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지난 7월 10일 서울시는 ‘압구정 2~5구역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을 확정·발표했다. 그동안 서울시 도시정비사업은 ‘주거정비지수제’라는 지침 때문에 진행이 더뎠다. 그런데 ‘신통기획’으로 진행하면 사업 초기부터 서울시가 주도해 통상 5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이 2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재개발이 되면 이 구역은 50층 내외, 1만1830가구로 거듭난다고 한다.

압구정동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만으로 이루어진 동’이다. 1970년대 중반에 철근으로 건축돼 50년이 지났다. 재건축되는 아파트는 50층 이상이 되므로 건축 주재료가 철근보다는 형강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 건물 수명은 100년을 가도 끄떡없게 된다. 아마 2130년 이후에도 건재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탄소중립 원년으로 목표한 2050년 이후에도 80년 이상 지속되는 건물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무려 17쪽이나 되는 서울시의 ‘신통기획’ 보도자료 어디를 봐도 탄소중립(에너지 절감) 개념은 ‘단어’ 하나도 없다. 화려한 외관을 강조하는 설명이나 조감도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환경철학이 안 보인다.

오 시장은 1993년 약관 33세의 나이에 대기업을 상대로 아파트 일조권이 침해되었다며 13억원의 배상금을 받아낸 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일조권이 헌법상 환경권으로 인정되는 판례를 이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환경운동연합 창립부터 참여해 10년 이상 우리나라 환경운동을 이끌어 왔다. 특히 지난번 서울시장 재임(2006년 1월~2011년 8월) 때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에 가입했다. 이는 세계 대도시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한 협의체다. 2008년 C40 동아시아 운영위원으로 선출되고, 2009년에는 서울에서 제3차 C40 시장 총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제3차 서울 정상회의는 세계 도시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서울시 누리집).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에 취임하고 두 달 뒤인 6월 ‘2050 서울시 기후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의하면 서울시는 온실가스를 2005년 기준 대비 2030년까지 40%, 2040년까지 70%, 2050년까지 100% 감축한다. 서울시 온실가스는 건물(68.8%) 수송(19.2%) 폐기물(6.1%)에서 약 94%를 배출하는데 건물이 압도적이다(2018년 기준). 따라서 신축 건물에 대해서는 제로에너지건물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서울의 건물정책의 핵심이므로 2021년부터는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2022년부터는 민간건물을 포함해서 건물별로 단위면적당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하고 관리한다고 했다.

이처럼 환경에 대한 오 시장의 개인적인 철학이나 쌓아온 명성,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추진 실적이나 비전이 남다른데도 ‘신통기획’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압구정 재개발이 갖는 상징성이나 역사성을 고려해서 친환경 개발에 대해서는 ‘불가역적인 마스터플랜’을 별도로 준비 중이라고 믿고 싶다.

다행히 2024년 5월부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된다. 이 법에 의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신축하거나 대수선 시 에너지 사용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분산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분산에너지 설비 설치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제15조). 분산에너지에는 당연히 재생에너지가 포함된다. 서울시는 전력자급도가 11%에 불과해 산업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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