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1000대 동원… 3만7000여명 ‘새만금 엑소더스’

김용권,강준구 2023. 8. 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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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폭염과 태풍 등 연이은 기상 악화로 다시 발목이 잡혔다.

잼버리는 폭염과 준비 부족 등에 따른 영국·미국 대표단의 퇴영으로 1차 중단 위기를 겪은 끝에 안정세를 찾아가던 중이었지만 다가오는 태풍 '카눈'으로 대원들이 더 이상 야영지에 머물지 못하게 됐다.

태풍이 몰려오면 강한 비바람에 가뜩이나 배수가 되지 않는 야영지가 다시 침수되고 텐트 등 각종 장비·시설 파손, 인명피해 역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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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더이상 야영 불가 판단
기숙사·연수원 등 숙소 확보 주력
6년 대회 준비해 온 전북道 허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계자들이 7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 내 참가국 문화홍보 부스 앞에 설치된 그늘막을 해체하고 있다.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제6호 태풍 카눈 상륙에 대비해 대원들의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폭염과 태풍 등 연이은 기상 악화로 다시 발목이 잡혔다. 잼버리는 폭염과 준비 부족 등에 따른 영국·미국 대표단의 퇴영으로 1차 중단 위기를 겪은 끝에 안정세를 찾아가던 중이었지만 다가오는 태풍 ‘카눈’으로 대원들이 더 이상 야영지에 머물지 못하게 됐다. 6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는 개영 8일 만에 휑한 들판으로 남게 됐다.

우리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야영지 조기 철수를 결정한 것은 강한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닥칠 경우 야영지 내 숙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3만7000여명이 버스 1000대 이상을 나눠타고 야영지를 빠져나가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앞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부산 남남서쪽 해상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진로대로라면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도 태풍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태풍이 몰려오면 강한 비바람에 가뜩이나 배수가 되지 않는 야영지가 다시 침수되고 텐트 등 각종 장비·시설 파손, 인명피해 역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일 개막한 새만금 잼버리는 35도 안팎의 찜통더위로 대원들이 큰 고생을 했다. 이틀 만에 400여명의 온열환자가 나오자 정부가 전면에 나서 적극 대응키로 했다. 조직위는 쿨링버스 262대를 추가 투입해 야영지 곳곳에 배치하고 민간기업 등의 지원을 받아 그늘막 370여동을 추가 설치했다. 임시 물놀이장과 물터널 5곳도 추가 설치됐다. 폭염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잼버리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으로 향하다 노선을 변경한 태풍이 복병이 됐다. 11일 K팝 콘서트 개최지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서 진행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참가 대원들은 8일 오전 10시부터 철수를 시작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대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7일 오후부터 델타구역에선 벌써 그늘막 해체 작업이 이뤄졌다. 덴마크 대원 마리우스(14)군은 “이제 적응도 되고 여건도 좋아져 더 머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브라질 대원 로렌(15)양도 “어디로 떠날지는 모르지만 이동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몇 년간 기대했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북도는 그나마 반전과 좋은 마무리를 기대했던 K팝 콘서트도 전주에서 열지 못하게 돼 진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몇 년째 해온 잔치 준비가 이렇게 끝나는 것 같아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지자체들은 잼버리 야영지 조기 철수 결정에 따라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총력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는 긴급대피 방침 확정 이후 1차 기초조사에서 1만5000명이 머물 숙소를 확보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공공기관 연수원과 대학교 기숙사 등 단체 관리가 가능한 시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라고 지시하면서 밤새 재산정 작업을 벌였다. 시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숙소를 재산정하면 수용인원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며 “샤워 시설 등의 편의성과 식사 제공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도 휴가를 반납하고 매일 실·국장 회의를 주재하며 지원책을 고심 중이다.

부안=김용권 기자, 강준구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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