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좋아 법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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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무치(免而無恥). "정책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은 면피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2500년 전 정책과 법률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법가(法家)의 주장에 대한 공자의 비판인데, 오늘날 대한민국을 너무도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웬만한 일은 법대로 하자고 한다.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와 유가(儒家)의 논쟁은 바리새인에 대한 예수님의 책망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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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무치(免而無恥). “정책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은 면피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2500년 전 정책과 법률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법가(法家)의 주장에 대한 공자의 비판인데, 오늘날 대한민국을 너무도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최근 정부에서는 학교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현재는 학교 폭력 가해자의 행위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해 이를 2년 동안 보존하는데, 그 보존 기간을 4년으로 늘려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정책과 형벌로 통제하고 다스리는 전형적인 예다.
만일 이 대책이 시행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가해자 자녀의 부모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생활기록부에 자녀의 이름이 남지 않도록 할 것이다. 담임교사에게 막말 민원을 제기하고, 이사장이나 교장의 연줄을 동원해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지 않도록 하고, 마침내 법적 다툼을 통해 처벌을 피하려 한다. 이런 식으로 처벌을 면(免)한 가해 학생은 아무 부끄러움 없이(無恥) 타인을 괴롭히는 괴물로 성장할 것이다. 운이 없어서 폭력 기록이 남은 학생 역시 억울함과 앙심을 품고 반(反)사회적 행동을 할 것이다. 역시 부끄러움은 없다.
대형 참사가 나면 누가 잘못했는지 수색하고 기소해 죄를 물으려 하다 보니 공직자들은 상하를 막론하고 법적 책임을 면(免)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웬만한 일은 법대로 하자고 한다. 학생이 선생님을 고소하는데, 이제 앞으로는 선생님이 학부모를 고소할 것이다. 유산을 두고 형제끼리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이 일반화되고, 교회 건물을 두고 목사와 장로가 소송전을 벌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이게 어디 사람 사는 동네인가.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와 유가(儒家)의 논쟁은 바리새인에 대한 예수님의 책망을 연상케 한다. 하나님이 주신 율법은 단순한 형법 체계가 아니라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다. 인간을 참된 인간으로 만드는 자비와 정의와 겸손이 율법 정신이다. 하나님이 주신 법은 인간을 춤추게 하는 자유로운 영이 깃드는 장막이었다.
그러나 예수님 시대 바리새인은 율법의 정신과 용도를 왜곡했다. 기득권자가 자기 권리를 영속하기 위해 율법을 이용했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지키기 어려운 무거운 멍에를 씌웠다. 바리새인이 만든 세계에 없는 한 가지를 들라고 하면 바로 부끄러움이었다.
법가가 망쳐 놓은 세상을 바르게 돌려놓을 길은 없을까. 부끄러움을 느낄 때까지 더 가혹한 형벌을 줄까. 교사에게 막말한 학부모를 색출해 그를 매장할까. 법을 더 촘촘하게 다듬으면 될까.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고 윤동주의 시(詩)를 암송하게 하면 나아질까. 이도 저도 안 되면 덕(德)으로 다스리는 군주로 역성혁명을 일으킬까.
십자가가 유일한 길이다. 십자가 아래서 예수님을 벌거벗겨 모욕하고 약한 자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이 바로 나임을 깨닫는다. 세상을 망친 주범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임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가슴을 두드린다. 내가 죄인임을 깨달을 때 부끄럽게 된다. 용서의 확신은 나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부끄러움은 나를 진정한 정의로 인도한다. 용서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긍휼히 여기고 긍휼은 자비심의 에너지가 된다. 온유와 겸손을 회복한 사람들이 서로 돌보며 차별을 극복한다. 자유의 영으로 충만한 사람이 타인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 유가가 이루고 싶었던 대동(大同) 사회는 결국 십자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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