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도서관은 살아 있다
“도서관은 정보와 계몽을 제공할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검열에 도전해야 한다.” 미국도서관협회의 권리장전 제3조다. 도서관의 책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편견을 깨고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민주주의 사회의 중요한 도구다. 특정 단체나 인물이 책을 빼라고 강요할 수 없다.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이 ‘꿈키움성장연구소’라는 단체에는 콧등으로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 단체는 충남지역 도서관에 무려 153종의 책을 빼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로 성평등과 성교육 책인데, 이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꽃할머니』와 미국의 대법관을 지낸 R B 긴즈버그의 생애를 다룬 『나는 반대합니다』도 들어 있다.
이들은 이 책들이 “마땅히 폐기 처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땅히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자신들만의 생각에 불과하며, 폐기할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런 독단적인 판단을 할 권리를 누가 주기나 했던가. 건전한 성교육 책을 막으면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독한 성적 지식을 얻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처사인 점은 둘째 치고, 도서관에서 자기와 생각이 다른 책을 마음대로 뺄 수 있다는 생각을 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위의 권리장전 제3조를 인용한 『도서관은 살아 있다』(2022)는 미국에서 벌어진 황당한 검열의 사례를 소개한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라는 소설은 욕설이 나오고 무신론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월리를 찾아라』는 찾으라는 월리를 안 찾고 상의를 탈의한 여자 캐릭터를 찾는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성관계가 등장하는 하루키의 소설도, 소년을 동경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토마스 만의 소설도 죄다 금서가 될 판이다. 이들은 독서가 불법인 『화씨 451』의 세계를 바라는 것인가. 그렇게 자유를 금지할 셈인가.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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