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자동드럼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았다. 그는 이런 호기심을 바탕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기발하고 독창적인 발명품을 많이 고안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동드럼이다.
자동드럼은 사람이 직접 두드리지 않고도 다양한 리듬 연주가 가능한 악기인데, 이동형과 고정형 두 가지가 있다. 이동형은 사람이 수레를 끌면 바퀴가 돌고, 그 힘으로 중앙에 있는 톱니바퀴와 두 개의 원통이 북채를 움직여 북을 치는 원리로 작동된다. 고정형에는 바퀴 대신 레버가 달려 있는데, 이것이 바퀴의 역할을 대신한다. 막힌 공간이나 움직임이 불편한 공간에서 쓰인다.
다 빈치의 자동드럼은 사람이 손으로 북을 치는 것이 아니라 바퀴를 움직여 북채가 자동으로 북을 치도록 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드럼에서는 앞으로 연주할 리듬을 미리 정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드럼의 중앙에 있는 나무 원통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에 어떤 방식으로 나무못을 끼우느냐에 따라 리듬이 결정된다. 원통과 나무못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나무못을 한 줄로 배열하면 같은 패턴의 리듬만 나오지만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열하면 그에 따라 다양한 리듬을 연출할 수 있다.
수레를 끄는 사람이 움직이면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움직이면서 원통과 맞물리고, 여기에 설치된 나무못이 북채를 작동시켜 북을 친다. 여기서 사람이 하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원하는 리듬에 따라 원통에 나무못을 끼워놓은 다음 수레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자동 연주는 물론 프로그래밍까지 가능한 악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대를 뛰어넘는 다 빈치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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