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 '대의원제 손질안' 발표 전격 연기…비명계 반발 지속

김은지 2023. 8.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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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제 축소 내지 폐지' 여부 10일 발표
윤영찬 "지도부 유불리에 맞춘 내용일 뿐"
이상민 "그게 설득력 있고 소구력 있겠나"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대의원제 축소 내지는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혁신안 발표를 '마라톤 회의' 끝에 전격 연기하기로 했다.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과 가정사 문제 등으로 혁신위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당내 계파 간에 이견이 첨예한 뇌관을 건드리기가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혁신위 관계자는 7일 저녁 데일리안에 "(혁신안이) 목요일 발표로 연기됐다"고 전해왔다. 당초 혁신위는 8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제 축소 내지는 폐지와 관련한 혁신안을 공개할 예정으로 이날 비공개 회의를 했다. 혁신위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1'로 맞추는 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됐다.

앞서 혁신위는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혁신 방안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는 당 전당대회와 대의원제에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으며 '현행 대의원 선출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도 담겼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중앙위원회 70%·국민여론조사 30%) △본경선에서의 '대의원 30%·권리당원 40%·일반 국민 25%·일반당원 5%' 선거인단의 투표 비중 조정에 대한 질문도 설문조사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의원제 축소 내지는 폐지를 강경하게 요구하는 쪽은 친명(친이재명)계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명이 행사하는 표가 권리당원 60명의 표 가치를 지니는 만큼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대의원은 1만6000명, 권리당원은 약 120만명으로 추산된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권리당원 권리 강화'를 강조하며 대의원제 손질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대선 전후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대거 권리당원으로 유입된 것을 고려한 것이다. 권리당원 비중이 높아지면 향후 열릴 전당대회 판도가 친명계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의원제와 관련한 혁신안이 실제로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비명계 의원들이 혁신위의 대의원제 축소, 특히 폐지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의원제 손질은 권리당원 수가 적은 영남의 당 의사결정 영향력을 약화시켜 민주당의 '전국정당화' 목표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팬덤정치'만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비명(비이재명)계 비판의 요지다. 혁신위가 특정 계파의 목소리를 반영한 혁신안을 발표할 경우 당에서 순조롭게 수용 절차가 진행될지 여부는 미지수인 것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가 '대의원제 폐지'를 고려한다고 알려진 데 대해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의원제는) 권리당원 수가 전국적으로 30만명쯤 되던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제는 100만명이 넘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권리당원 결정권이 약화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폐지 대신) 권리당원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 대의원 수를 늘리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놨다.

비명계에서는 혁신위의 조기 활동 종료 결정에도 불구하고 '혁신위를 해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라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혁신위에서 대의원제까지 건드리겠다고 하는데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예상되는 (추가 혁신안) 내용들도 지금 지도부의 유불리에 맞춘 내용일 뿐"이라며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물론 지난 1년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반성이 이뤄졌어야 한다. 그런 과정들을 모두 무시한 채 제안될 안은 어수선한 당과 당원들을 더욱 힘들게만 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이상민 의원은 같은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대의원제 관련 혁신안) 그게 설득력이 있고 소구력이 있겠느냐"며 "'혁신위를 혁신하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인데 스스로 거울을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혁신위가 자기 객관화를 해야 한다"며 "당 내든 당 밖이든 혁신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권위나 리더십이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 뭘 만들어낸다 한들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혁신위가 지난 두 차례 공개한 혁신안의 수용 과정이 순조롭지 못했다는 점도 '대의원제 손질 방안' 발표 연기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혁신위는 앞서 지난 6월 23일 첫 번째 혁신안으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및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제시했다. 이 혁신안은 한 달 가까이가 경과한 7월 18일 의원총회에서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이라는 형식으로 채택됐으나, 그 과정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조건이 달리면서 '껍데기'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7월 21일에는 비위 의혹을 받는 이들의 선제적 '꼼수 탈당'을 방지하고 복당 제한 등의 조치를 제도화하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달 7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됐다가 민주당에 복당한 김홍걸 의원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며 길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최근 김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의 혁신 동력이 상실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혁신위가 막 출범해 '칼자루를 쥐었다'며 기세등등하던 시절에 발표한 혁신안도 수용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며 "동력이 떨어진 지금, 더욱 이견이 첨예한 혁신안을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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