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 사고, 경찰 이첩 때 ‘죄명’ 기재 과연 불필요했나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와 관련,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 단계에서 책임자들에 대해 혐의를 적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봤지만 훈령에는 죄명을 기재하는 공란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훈령 제2682호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의 별지 5 ‘인지통보서’에는 피의자의 죄명, 인지경위 및 범죄사실을 적는 칸이 표기돼있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를 근거로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 보고와 결재를 거쳐 지난 2일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사망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입대 전 범죄 등 3대 사항에 대해서는 민간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첩 직전 해병대 수사단 측에 “경찰에 사건을 넘기는 걸 보류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혐의 사실 기재가 민간 경찰의 정식 수사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첩을 강행해 결국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해병대 수사단장 측은 이 같은 훈령을 근거로 “혐의 사실을 기재해 경찰에 인계한 건 적법한 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군 당국은 해당 양식에 대해 법리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훈령은 강제성이 떨어지는 행정규칙이라는 점에서 의무 또는 필수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병대 수사단장 측은 국방부 장관이 이첩을 보고 받고 결제한 뒤 이를 다시 뒤집은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를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의 ‘원명령’이 존재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정명령은 그 정확성을 위해 반드시 문서로 해야 한다”며 “현재 수정명령의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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