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반등 분위기 조성되는 ‘노도강’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3. 8. 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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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나노원·꿈의숲해링턴 잇단 신고가

서울 지하철 7호선 마들역 4번 출구로 나오면 꽤 큰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상계주공9단지다. 1988년 준공한 이곳은 1930가구 대단지다. 상계주공9단지와 12단지를 가로지르는 도로(한글비석로)를 따라 3분 정도 걸으면 삼거리가 등장한다. 마들역을 등 뒤로 두고 왼쪽에는 청원초와 청원중, 청원고가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마들역 주변 분위기와 사뭇 다른 새 아파트가 인상적이다. ‘포레나노원’이다. 상계주공8단지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2020년 8월 준공했으며 총 1062가구다. 노원구에는 수많은 아파트가 있지만 이 중 2020년 이후 준공한 신축 아파트는 드물다. 교육 환경이 좋은 노원구에서 보기 힘든 신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분양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를 일컫는 일명 ‘노도강’ 지역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여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노도강은 지난해 한때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수요자들)의 성지’라 불리며 20~30대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매수한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인상에 직격탄을 입은 후 몇 달 동안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조금씩 반전되면서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단기간에 워낙 급하게 집값이 내리다 보니 올해 초부터 일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섰다”며 “다만 급매물이 빠진 후 현재 집주인들은 가격을 올리고 있는 반면 매수자는 올해 초 가격으로 매수하길 원해 거래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시세 회복 중인 노도강

도봉구는 올 들어 처음으로 상승 전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4주(24일 기준) 서울 도봉구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03% 오르면서 올해 처음 상승 전환했다. 도봉구 아파트값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해 7월 3주 누적 기준으로 6.93% 떨어졌다. 7월 4주가 되면서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노원구 아파트값은 0.02%, 강북구는 0.08% 올랐다. 노원구의 올해 누적 하락률은 3.94%, 강북구는 5.72%다. 올해 상반기 내내 ‘노도강’ 지역은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7월 접어들면서 반등하고 있다.

올해 4월 이후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그 분위기가 노도강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가격 회복 기대 심리로 매도·매수 희망 격차가 커지며 거래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일부 선호 단지와 개발 호재 영향 지역 중심으로 추가 상승 거래가 발생하면서 가격이 소폭 올랐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노원’ 전용 84㎡는 지난 6월 12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기준 최고가다. 올해 3월 같은 면적 28층 매물이 11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약 1억원 상승했다.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12억~13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전용 114㎡는 지난 5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돼 같은 면적 기준 최고 가격을 갈아치웠다.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 전용 141㎡는 지난 6월 15억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5월 기록한 최고가(15억4000만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5월 거래된 가격(12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억원 넘게 올랐다.

도봉구와 강북구에서도 종종 최고가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 165㎡는 지난 6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창동 주공19단지는 올해 초 전용 68㎡가 6억9800만원(4층)에 거래됐지만, 지난 6월 7억7500만원(13층)에 손바뀜됐다.

도봉구 창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입지 여건이 좋은 곳으로 옮겨 가거나 같은 지역에서도 넓은 면적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도봉구에서는 매물이 흔하지 않은 전용 85㎡ 초과 아파트를 중심으로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99㎡는 지난 5월 10억8500만원에 주인이 바뀌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는 올해만 무려 71건의 매매 거래가 발생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올해 초 6억500만원(14층)에 거래됐지만, 지난 6월에는 6억9000만원(10층)에 거래가 신고됐다. 현재 전용 84㎡ 매물은 대부분 7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돼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노원’에서는 지난 6월 전용 84㎡가 최고가인 12억원에 거래됐다. (윤관식 기자)
향후 엇갈리는 전망

미국발 금리 인상 변수도

노도강 지역은 서울에서 가격 회복 속도가 가장 느린 지역이었다. 부동산R114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때 서울 주요 지역은 전고점 대비 70%대 초중반까지 가격이 하락했지만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강남, 서초 등은 이미 전고점 대비 90%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강북 지역 역시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전고점 대비 80% 후반대까지 회복됐다. 반면 노도강 지역은 여전히 8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늦게 오른다는 노도강 지역까지 반등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전반적인 의견은 엇갈린다.

일단 서울 아파트값은 8주 연속 상승하는 등 수도권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연착륙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하며 금리 불안 요인을 걷어낸 만큼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즉, 노도강 지역 역시 가격 회복이 느렸던 만큼 반등이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긍정론도 제기된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역전세난과 새마을금고 자금 인출 사태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적인 변수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거래량 역시 늘어났다고 하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서울부동산광장 데이터상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412건, 2월 2455건, 3월 2983건, 4월 3185건, 5월 3422건, 6월 3824건으로 6개월 연속 상승했다. 다만 평년 수준인 월 6000건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차갑게 식은 부동산 시장을 반전시킨 요인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나 금리 동결,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정책적 영향이 컸다. 때문에 아직 서울 부동산 시장이 완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노도강 지역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같은 서울 내에서도 준공연도나 단지 규모에 따른 소위 ‘대장 아파트’는 시장 흐름에 좀 더 빨리 편승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이나 단지는 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노도강 지역의 경우 대체로 후자에 가깝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상승 전환을 하려면 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지금은 호가가 높아지면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매도자와 매수자 간 적정 가격에 이견이 있는 시기인 만큼 노도강 지역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1호 (2023.08.09~2023.08.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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