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는 진행 느린 유두암… 1㎝ 미만 ‘적극적 감시’ 권고
아주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김형규 교수
갑상샘(선)암은 2000년대 이후 암 발생 순위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2020년 2만9180명 발생, 전체 암의 11.8% 차지). 아주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김형규 교수는 7일 “국내 갑상샘암의 96%는 비교적 진행이 느린 유두암으로, 조기 발견될 경우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를 하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으면 대부분 완치된다. 다만 일부 환자는 진단 시 국소 진행·전이를 동반하기 때문에 치료 방향성 결정을 반드시 전문의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게 갑상샘암의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조기 갑상샘암이 많아진 이유는.
“2000년대 초음파 검사의 보편화 이전에는 갑상샘암이 자라서 목에 돌덩이 같은 것이 만져지는 시기에 병원 와서 암을 진단받았다. 갑상샘은 비교적 피부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에 근래 초음파 해상도가 높아지고 의료진의 미세침 검사 기술이 향상되면서 대부분 무증상의 작은 크기 암도 조기 진단된다.”
-과잉 진단 문제가 불거졌는데.
“일각에서 과잉 진단이라고 하는데, 암이 없는데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무증상의 작은 크기 암까지 초음파로 일찍 찾아낸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이 많아졌다고 보는 게 맞는다.”
-조기 갑상샘암 치료는.
“국내 갑상샘암 환자의 95.8%는 비교적 진행이 느린 유형인 유두암이다. 조기 발견 시 치료 시기에 여유가 있어 최근에는 ‘적극적 감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 연령, 암에 대한 염려, 현재 건강 상태 및 여명, 치료와 관련한 삶의 질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 시기와 수술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갑상샘암 중에서 소수의 예후 나쁜 유형인 역형성암, 미분화암은 수술 등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암을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는 게 가능한가.
“갑상샘 유두암을 평생 치료하지 않고 적극적 감시를 통해 지켜보는 것이 가능한지는 연구 결과가 없다. 현재까지는 고령이며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기저 질환자 외에는 수술 치료가 우선이다. 하지만 유두암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 없이 일정 기간 경과 관찰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부분의 조기 갑상샘암 환자들이 40대 전후 진단돼 남은 수명을 50년 정도 가진다고 가정할 때 환자에게 조기 치료(수술)가 득이 될지 적극적 감시가 득이 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 적극적 감시를 하고, 어떻게 하나.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일본 연구그룹은 1㎝ 미만의 갑상샘 유두암이 비교적 안전한 곳에 위치하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적극적 감시를 권고한다.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크기 증가 및 림프절 전이 여부를 관찰한다. 첫 진단 시보다 3㎜ 커졌거나 림프절에 퍼진 소견이 보이면 수술을 결정한다.”
-현재 적극적 감시 우선 적용 대상은.
“일단 갑상샘 유두암 조기 진단 환자에게는 암의 성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논의 후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80세 이상 고령에 아주 작은 갑상샘암이 안전한 위치에 있다면 여명까지 지켜볼 수 있는 가능성을 두고 적극적 감시를 적용할 수 있겠다. 또 임신 중 산전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된 조기암의 경우 태아에게 위험한 임신 시기에 수술하기보다 적극적 감시를 시행하다가 출산 후 치료를 결정해도 된다.”
-환자 맞춤형 치료는 뭔가.
“갑상샘 유두암은 대부분 완치에 이르고 치료 후 비교적 긴 여명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조기 갑상샘암 치료도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해 발전해 왔다. 수술 전 명확한 검사를 통해 최적의 치료 시기를 정하고 수술 후에는 추가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재발 억제를 위한 갑상샘 호르몬 복용 등이 각각의 환자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많이 시행되는 로봇 수술 이점은.
“갑상샘 유두암 진단은 20~40대의 비교적 젊은 여성이 많다. 수술 치료 후 노출되는 목 부위 상처에 대한 우려를 하는데, 로봇 수술은 상처가 노출되지 않는 곳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미용적 이점이 많다. 로봇 기술 발전으로 이제 거의 인간 손에 가깝게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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