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잘됐다" "그냥 관광 아니냐"…새만금 잼버리 8일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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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1000대 타고 이동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은 8일 오전 10시부터 새만금 야영지를 떠난다. 이들은 버스 1000여대에 나눠 타고 수도권 등 숙소 등으로 향한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7일 오후 4시30분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북 지역도 태풍 '카눈'영향권에 들게 돼 잼버리 새만금 야영지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돼 비상 대피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엔 세계스카우트연맹과 각국 대표단 우려와 요청도 반영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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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개국 3만6000명 대피
조직위에 따르면 비상 대피는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대상 인원은 156개국 3만6000여 명이다. 조직위는 버스 1000여대를 국가별로 배치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 요원도 동원한다.
이송 과정 안전과 질서 유지, 원활한 이송을 위해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와 경찰·소방 등 관계 기관이 공조할 계획이다. 참가자들이 묵을 비상 숙소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조직위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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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장관 "대회 중단 아냐…범위 넓어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6시 전국 시·도지사 회의를 통해 숙소 확보에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의료·안전 등도 검토한다. 정부는 이번 대회가 끝나는 오는 12일까지 4박5일 동안 참가자 숙박과 잼버리 프로그램이 계속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방침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대회가 중단된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 "영지 밖 활동을 지자체와 함께 개발하고 있고, K팝 콘서트와 폐영식까지 (계획대로) 하기 때문에 잼버리 범위가 넓어진다고 본다"며 "자연 재난 때문에 장소를 옮기는 것뿐이지 대회는 계속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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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소 후 기반 시설 철거"
김 장관은 "이번 비상 대피는 '퇴소 개념'"이라며 "참가자가 모두 빠져나가면 대회장은 더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직위는 퇴소가 끝나는 대로 참가자들이 묵었던 텐트 2만2000동과 함께 화장실·샤워장 등 기반 시설 대부분을 철거할 계획이다. 아울러 구조물 등이 밖으로 날아가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정비하기로 했다.
대회 하이라이트 행사로 꼽히는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장소도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다시 변경됐다. 아이브·스테이씨 등 아이돌 11개 팀이 출연하는 K팝 콘서트는 당초 지난 6일 오후 8시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폭염과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 K팝 콘서트가 열리는 날 차기 개최국(폴란드) 세계연맹기 전달식 등으로 구성된 폐영식도 함께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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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다" "아쉽다" 반응 엇갈려
'참가자 전원 철수' 소식에 야영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영외 과정을 마치거나 일정이 취소된 스카우트 대원 등이 복귀하고 있었다. "폭염·벌레 때문에 힘들었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의견과 "뿔뿔이 흩어지면 '한국 관광'이지 국적·성별과 상관없이 우정을 나누는 잼버리냐"는 의견이 엇갈렸다.
스카우트 대원과 국제운영요원(IST) 일부는 야영지 내 본인 텐트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온 초등학교 5학년 허준혁(11)군은 "선생님에게 '서울로 간다'고 들었다"며 "서울이 여기(새만금)보다 놀 게 더 많을 것 같아 오히려 더 신난다. 그동안 너무 더위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고 했다.
아쉬워하는 대원도 적지 않았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야영지로 들어가던 김민찬(14)군은 "지방에 사는데 서울까지 가면 (집에) 돌아가는 게 부담된다"며 "새만금에서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 많았는데, 갑자기 떠난다니 아쉽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조안(18·여)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대원들과 자국 문화와 음악 등을 소개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야영지를 옮긴다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지난 1일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란 주제로 개막한 이번 잼버리는 오는 12일 폐막 예정이다.
이번 잼버리는 개막 전부터 부실한 준비로 논란이 일었다. 야영장 곳곳에서는 물웅덩이가 발견됐고, 열악한 환경 탓에 델타 구역(각 대표단이 꾸린 홍보 부스 등이 마련된 곳)은 빈 부스가 대부분이었다. 화장실 위생은 불량하기 짝이 없었고, 천으로 겨우 가린 샤워실은 열악한 야영장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결국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 7일 만에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부안=김준희·황희규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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