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가 젊은 배우들과 'D.P' 찍으며 놀란 이유
[이선필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 D.P. >에서 임지섭 대위를 연기한 배우 손석구. |
ⓒ 넷플릭스 |
넷플릭스 드라마 < D.P. >(아래 <디피>) 두 시즌 동안 손석구의 임지섭 대위는 그 변화폭이 큰 캐릭터 중 하나였다. 군무이탈자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안준호(정해인), 한호열(구교환)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겪는 심리 변화가 한 축이었다면, 이들의 상사이자 장교 간부인 임지섭 대위는 적대자에서 조력자로 그 행동 변화 자체가 극적이었다.
배우 손석구는 7일 오전 서울 봉은사로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기자에게 "시즌1 마지막회 때부터 임지섭이 변화할 수 있는 씨앗이 있었다"며 나름의 해석을 전했다. 해당 드라마 전 시즌을 함께한 그는 "제겐 힐링을 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남다른 소회도 덧붙였다.
극중 임지섭 대위는 시즌 1에서 디피 병사들과 그들의 담당관 박범구 중사(김성균)를 사사건건 막아서거나 저지하는 인물이었지만, 조석봉 일병 사건 등을 겪고 본인 또한 상부의 여러 이면을 보게 되며 시즌2 중반부터 디피들과 협력한다.
임지섭으로 살다
"임지섭 변화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악당까진 아니더라도 주인공인 준호와 호열의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이기에 바로 변하기보다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인간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후배이자 절친인 나중석 하사 사건을 맞이한 게 변곡점이 된 거지. 그 전까지 임지섭은 오히려 시즌1 때보다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주고 싶었다.
조석봉 사건 직후까지도 임지섭은 개인 욕심이자 이기심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만의 정당성을 찾고자 감독님께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준희 감독님이 워낙 열려 있는 분이라 그렇게 서로 얘기하며 반영할 것들은 하고 쳐낼 것은 쳐냈다."
나중석 하사가 등장하는 불고기 괴담 에피소드를 두고 손석구는 좀 더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시즌 전체 통틀어 가장 극적이면서도 동 떨어진 느낌을 준다는 반응에 그는 "감독님도 일종의 외전이랄까, 독립된 영화 느낌이 들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며 "괴담이라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기에 저도 환영이었다"고 말했다.
"그 작업이 재밌었다. 미스터리, 공포물처럼 보일 수도 있고 연극적인 느낌도 있다.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이야기도 장소도 확 튀면서 임지섭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흐르잖나. 하나의 사건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야기기에, 그리고 GP(Guard Post)라는 곳이 외부에서 보면 미지의 공간이기에 공포로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가 연속성이 중요하다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
극중 신아휘 병장 역의 최현욱 배우와 일종의 연기대결이랄까. 나이가 20대 초반인데 연기를 엄청 잘해서 제가 물어봤다. 제가 늦게 연기를 시작했는데 한 10년간 쌓았던 것들을 그 친구가 하고 있더라. 우리 작품에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잖나. 진짜 놀랐다. 특히 취사장 격투 장면에서 본인 말로는 엄청 긴장했다고 했는데 제가 오히려 현욱 배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장면이었다. 얄밉게 보이다가 안타깝게 보이도록 하는 연기를 하는데 정말 대단했다.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디피>를 바라보는 시각
두 개 시즌으로 나뉘어 있지만 에피소드 자체는 1부에서 12부로 된 것처럼 손석구도 연속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시즌1이 병사들 내무 생활에서 나오는 비극이 주였고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시즌2는 거대담론으로 넘어간다"며 "그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그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 시즌2 스틸 이미지 |
ⓒ Netflix |
일각에서 제기된 분량 증가설, 즉 전 시즌 이후 손석구가 출연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가 흥행하며 임지섭 대위 분량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에 손석구는 나름의 생각도 밝혔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시즌2 대본을 상당히 오랜만에 받았다"며 그는 "불고기 괴담 에피소드를 제외하곤 그리 많이 늘진 않았을 것이다. 지섭의 변화가 크다 보니 물리적으로 크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 인지도가 상향돼서 분량이 늘었다는 글은 저도 봤고, 감독님이 인터뷰하신 것도 봤는데 분량이 느는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준희 감독님을 안다면 인지도에 따라 배우 분량을 늘린다고 생각하시지 않을 것이다. 본인 작업에 자긍심을 갖고 하는 분이라 그런 것에 영향받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그의 가짜연기 발언에 대한 정확한 맥락도 덧붙였다. 공연 중인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 때 '연극만 하려다 매체 연기로 옮겨간 이유가 사랑을 속삭이라면서 속삭이면 안 되는 가짜 연기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라는 발언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남명렬, 이순재 등 선배 배우들이 일침을 놓는 등 논란이 인 바 있다.
"진짜 연기, 가짜 연기 이런 얘길 제가 한 적이 있지만, 남명렬 선배님께 사과드린 이유가 친구들과 서로 놀리며 장난하듯 하는 말에 기분이 나쁘신 것 같다. 전 진짜나 가짜 연기에 정의는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말 뿐인 것이지. 계속 그 얘길 하면 말꼬투리 잡기밖에 안 될 것이다. 연기라는 단어 앞에 수식어는 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 선배님을 제가 개인적으로 뵌 적 없어서 편지와 함께 연극 초대권을 드렸는데 아직 안 오셨다. 제가 알기론 지금 공연 중이신 것 같다. 전 말의 무게와 선한 의도가 중요하다. 의도가 좋아도 말로 실수할 수 있고, 와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 후라도 바로잡는 게 아닐까. 제가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기에 모든 걸 다 조심하는 건 순서엔 맞지 않는 것 같다. 좋은 의도로 솔직한 생각을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만약 잘못 전달되면 사과하고 원래 의도를 설명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될 테니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하는 게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손석구는 높아진 인지도로 자신의 생활과 일상이 위축되어선 안 된다고 설파했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등 연이어 작품을 한 탓에 3개월가량 휴식할 예정임을 전하면서 그는 "거리에서 절 알아봐 주시는 것도 오히려 즐겁게 제가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다. 전혀 부담 갖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담이기 보단 말대로 사생활이니, 그건 제가 가져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요즘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잘 안 하잖나. 대중분들도 연예인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 얘기고 일 얘기라면 거리낌 없이 하겠지만, 사생활 이야긴 그리 하고 싶진 않다."
3개월의 휴식을 가진 후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o난감>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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