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CM, 최적의 천연원료… 폐기물 관리법 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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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시절부터 40년 이상 심혈관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났다.
안타까운 현실은 인체 유래 ECM 원료를 얻기 위해선 수술 후 폐기되는 조직을 기증자 동의를 거쳐 조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우리나라에선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태반을 빼고는 인체 유래 폐기물의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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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시절부터 40년 이상 심혈관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났다. 필자가 전공한 허혈성 심장질환의 경우 심근경색으로 인해 스텐트 시술을 받더라도 약 30%의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심부전으로 진행된다. 심부전은 웬만한 암보다도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을 지켜만 볼 수 없었기에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해 왔다. 특히 조직공학적 접근을 이용한 재생 의학에 주목했다. 재생 의학은 질병으로 손상된 인체 세포나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함으로써 정상 기능으로 복원시키는 의료술이다. 재생 의학에 이용되는 핵심 물질이 바로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ECM)’이다.
ECM은 조직에서 세포를 제외한 나머지 성분을 말한다. 세포가 주변 세포와 잘 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세포 성장·이동·분화 등의 기능을 촉진해 조직 재생을 돕는다. 세포는 자신이 만든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가장 잘 적응한다. 따라서 재생 의학 관점에서 볼 때 ECM은 최적의 천연 원료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 연구 그룹에서 세계 최초로 ECM을 활용해 심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는 혁신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외상성 뇌 손상, 폐동맥 고혈압 동물 모델에서도 치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주로 동물 조직을 이용해 이런 치료법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동물에서 기인한 감염의 위험성과 면역성 차이에 따른 문제점 등을 고려할 때 인체 유래물을 이용한다면 훨씬 더 안전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까운 현실은 인체 유래 ECM 원료를 얻기 위해선 수술 후 폐기되는 조직을 기증자 동의를 거쳐 조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우리나라에선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태반을 빼고는 인체 유래 폐기물의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흡입술 등으로 배출되는 매년 100여 톤의 폐지방은 ECM 원료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원임에도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을 위해 전문가들은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인체 유래 폐지방의 활용과 사회적 가치에 대해 논의해 오고 있다. 인체 유래물 활용에 따르는 우려스러운 점들은 체계화된 법 제도와 행정 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 태반도 한때 폐지방처럼 의료 폐기물이었으나 원료 의약품으로 재활용이 허가돼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수년째 국회 계류 중인 폐기물관리법이 조속히 개정돼 ECM 기반의 첨단 재생의료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된다면, 환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첨단 의료기술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홍석 서울적십자병원 순환기내과장·고려대의대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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