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부실' 우려…팩트체크 해봤습니다

양현주 기자 2023. 8.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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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양현주 기자]
<앵커>

붕괴된 인천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LH 철근 누락 아파트들이 무량판 구조란 게 알려졌습니다.

일부 민간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뿐만 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면 입주민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무량판에 대한 진실에 대해 부동산부 양현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무량판 구조가 구체적으로 뭡니까?

<기자>

무량판은 '없을 무'와 '대들보 량'이란 말로, 대들보가 없는 건축물 구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기둥이 천장을 잘 지지하려면 기둥과 천장 사이에 보를 연결합니다. 이걸 라멘식 구조라고 하는데요.

기존 라멘식 구조와 달리 무량판 구조는 천장을 지탱하는 게 기둥뿐입니다.

이 때문에 천장과 기둥을 결속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전단보강근을 꼼꼼하게 감아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중을 견디지 못해 기둥이 슬래브를 뚫는 일명 '펀칭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의 경우에도 결속 역할을 하는 보강근이 빠져 있어 문제가 된 겁니다.

하지만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최근 붕괴 아파트를 두고 '순살 아파트'라고 하는데, 전단보강근이 빠진 것일 뿐, 철근 자체가 빠진 건 아니란 겁니다.

<앵커>

자칫 '순살아파트'란 용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어찌 됐든 보가 없으니 아무래도 가격 면에서 이익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해 해당 공법을 사용하는 게 아니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슬라브와 기둥 사이를 잇는 보를 설치하지 않으니 확실히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거푸집 적게 들어 공사비가 적게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LH는 기둥식 구조 대신 무량판을 적용해 연간 751억 원의 사업비를 절감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단순히 돈이 덜 든다고 해당 공법을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보가 없으니 층고를 절약할 수 있는 데다, 벽식구조보다 층간 소음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초고층 아파트, 고급 아파트 등에 무량판 구조가 많이 채택됐습니다.

한 마디로 보강철근 잘 사용하면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공법인 셈입니다.

일각에서 주거동에 무량판이 공급됐다고 해서 걱정이 많을 수 있겠습니다만, 지하주차장보다 주거동 안정성이 훨씬 높습니다.

주거동의 경우 100% 무량판 시공이 아닌 벽식과 무량판을 섞은 혼합 시공을 진행하는데다 버텨야 하는 하중이 지하주차장보다 훨씬 적습니다.

또한 주거동의 경우 엘리베이터, 비상계단 등 중심 부위가 건물 전체를 지탱하고 있어 붕괴 위험이 적습니다.

<앵커>

무량판은 잘못이 없는데, 과도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만일 이번 사태로 무량판 구조가 건설현장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기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무량판은 라멘식 대비 층고를 절약할 수 있어 같은 높이더라도 많은 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훨씬 경제적이고 이득이 많이 남습니다. 만일 무량판 구조가 사라지게 되면 층간소음이 심한 벽식 혹은 공사비가 비싼 라멘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겠죠.

싼값을 이유로 국내에서 지어지는 아파트 대부분 벽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벽식 구조로만 집을 짓게 되면 리모델링 시 가변성이 떨어집니다.

벽을 허물고 확장하는 방식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 내부를 벽식으로, 외부를 무량판 구조로 섞는 방식을 많이 적용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벽을 허물어 방 크기를 늘리고 베란다를 확장하는 등의 리모델링이 가능해집니다.

가족구성원 변화에 따라 집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사태로 무량판이 건설 구조에서 퇴출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앵커>

무량판에 대한 오해를 거두고, 진짜 부실시공 원인이 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근본적 원인은 뭐라 생각합니까?

<기자>

설계부터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전문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LH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계 단계에서 기둥 154개 전체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단지도 나왔습니다.

설계사의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고 수주에 인력을 집중하다 보니 생긴 문제입니다.

시공 과정에서도 현장에 이해도가 부족한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다수다 보니 보강근이 또 한 번 누락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전문성 강화, 설계 감리의 전관 유착 방지 등 건설업계 전반의 비상식적 문화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양현주 기자 hjy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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