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사건? "지금은 탈억제 상황... 초기에 엄벌해야" [이게 이슈]

차원 2023. 8.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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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슈]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형법 제도가 미비한 영향"

[차원 기자]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한 대형 백화점 인근에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커피 등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YTN뉴스퀘어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만났다.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을 계기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인터뷰 전날인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살인 예고' 게시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수정 교수는 "지금은 탈억제 상황"이라며 "종신형보다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피의자 개인에 집중하며 인기인처럼 그들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관련 정책을 함께 다루는 등 총체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보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최근 연속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보고 있나?
"탈억제 상황이다. 그동안은 우리 사법 제도로 (이런 범죄들이) 잘 억제돼 있었다. 근데 한번 이게 터지면 봇물 터지듯 감염되는 현상이 어느 사회에나 있다. 초기에 엄벌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기조가 아니었다. 커뮤니티 글도 그렇다. 죽이겠다는 글들이 이전에도 많았는데, 지금까지도 제재 수단이 별로 없지 않나. 

문제는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은 그걸 그냥 보고 넘어가는데, 취약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자극받는다. 그간 비대면 사회가 지속되며 비사회화된, 온라인 활동만 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가 잘못된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에게 친사회적인 규범을 접촉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됐다. 혼자 온라인에서만 살면 그것만이 진짜 세상이라고 착각할 수 있다."

- 두 번째 사건은 첫 번째 사건에 대한 모방 범죄로 봐야 하나?
"수법만 보면 모방인데 동기나 이런 건 다르다. 분당 사건 피의자의 경우 세상에 좀 유감이 많은 사람 같다. 이런 사회적 부적응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떠오르는 대책이 있나?
"일본도 우리랑 지금 상황이 비슷하다. 아베 전 총리도 히키코모리에 의해 살해당하지 않았나. 그래서 일본은 '히키코모리 서포터즈 제도'라는 게 있다. 임상심리사들이 지자체 단위에서 파악한 은둔형 외톨이들의 집에 가서 1시간씩 대화를 나누는 거다. 그냥 1시간 동안 세상 얘기를 나눈다.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이런 평범한 얘기다. 그럼 사회로부터 괴리된 사람들이 서포터즈들에 의해 사회적인 테두리 내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 교육도 성격 장애에 도움이 되나?
"교육으로 성격 장애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성격 장애가 있어도 사회적 규범이 어디까지고, 그걸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인식은 있어야 하지 않나. 혼자 계속 있으면 그런 경계가 허물어진다. 지금 올라오는 살인 예고도 그렇다. 내가 그런 글을 쓰면 살인예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야 한다."
     
- 인터넷 커뮤니티에 살인 예고가 빗발치는 등의 상황이 이전에도 있었나?
"전 세계 유례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유례없는 첨단 온라인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형법 제도가 미비한 영향도 있다. 처벌을 안 하니까. 형법에 살인예비죄가 있지만 적용한 경우가 지금까지 거의 없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몇 명 죽이겠다고 하는데도 처벌할 근거가 많지 않다.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도 생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좀 괜찮아질 것"
 
 지난 4일 YTN뉴스퀘어 1층 로비에서 만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차원
- 처벌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긴가?
"그렇다. 꼭 필요하다. 그리고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 형량은 나중에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이런 일을 하면 구속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내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는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 칼부림 가해자들에 대해선 사형을 요구하는 여론도 많은데.
"사형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지금 사형을 어떻게 하나. 근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신림역 피의자도 전과가 많았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그렇지 않았나. 이런 사람들은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 엄벌주의가 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는 않다. 어떤 엄벌인지가 문제다. 전자발찌는 엄벌주의인데, 재범률을 떨어트리지 않나. 엄벌을 어떤 식으로 해서 사람들의 행동을 제재하느냐, 이게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종신형보다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고위험 출소자를 치료 목적으로 수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출소자도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며 치료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래야 나갈 수 있으니까. 종신형이 내려지면 어차피 못 나가니까 마음대로 살 것 아닌가. 그것보단 치료 목적의 보호수용이 훨씬 낫다. 교화 가능성도 있고."

- 성격 장애가 있다고 다 살인하지는 않는데, 이런 일을 저지르게 만드는 원인이 있을까?
"아무래도 환경이 열악하다. 학대받고, 학업도 잘 안되고, 사회적인 관계도 잘 맺지 못하고 등. 이 사람들은 남의 피해에 대해 개의치 않고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그런 성격에 이런 환경이 더해지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 언론이 사건을 다루는 모습은 어떻게 보나?
"마치 인기인처럼 그들을 다루는 방식이 얘네들한테는 결핍된 자존감에 대한 보상 심리가 된다. 세상에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어 하는 이들의 목적을 이뤄줘선 안 된다. 개인에게 주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 어떻게 보도하는 게 옳은 것일까?
"가능하면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이나 개인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피해야 한다. 형사 정책이 뭐가 잘못됐고, 뭐가 부족하고 이런 방식의 기사가 맞다. 감정이 섞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총체적인 기사가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할까?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좀 괜찮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범죄율이나 강력범죄 발생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거의 가장 낮은 국가다. 이런 일이 지속해서 계속 발생할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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