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청년 40% '비혼·비출산', 직장만족도 높으면 긍정적
남녀 성별 격차 커
직장 만족도 높으면 결혼·출산 긍정적
한국의 2030 미혼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녀를 가질 의사가 없다고 대답한 청년도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여성의 비혼·비출산 의사가 남성보다 커 남녀 인식 격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인구구조 연구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7일 이러한 내용의 결혼·출산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전문 리서치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했다. 엠브레인은 올해 4월 25~28일과 6월 9~14일, 전국 15~59세 남녀 2300명을 대상으로 정량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20~39세 미혼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미혼남성의 비혼 응답률은 36.4%, 미혼여성은 50.2%로 나타나 성별에 따라 13.8% 차이가 났다. 여성, 30대가 비혼 의사가 높게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20대 남성이 33.2%, 여성은 46.1%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으며, 30대 남성은 41.0%, 여성은 56.6%가 비혼 의향을 밝혔다.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한 30대 여성은 16.3%로 같은 연령대 남성의 8.7%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혼 이유… 여성 '혼자 더 행복할 것 같아서' · 남성 '경제적 불안정 때문에'
여성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46.3%)가 가장 많았고 '다른 사람에게 맞춰 살고 싶지 않아서'(34.9%)가 뒤를 이었다. 반면 남성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42.6%),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40.8%) 순으로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를 꼽았다.
'가부장제 및 양성 불평등에 대한 거부감'을 비혼 사유로 꼽은 여성(34.4%)은 남성(8.2%)보다 4배 이상 많았고, '결혼이 직업적 성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응답도 여성(69.1%)이 남성(38.6%)의 2배 수준이었다. 결혼 이후 삶의 변화에 대한 여성의 심리적 부담이 그만큼 큰 것으로 해석된다.
남성 38.5%, 여성 56.8% 출산 의향 없어… 남녀 인식 격차 결혼보다 커
출산에 대한 의사도 성별 간 차이가 드러났다. 20~39세 미혼 청년의 47%가 자녀를 낳을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그중 남성은 38.5%가, 여성은 56.8%가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해 18.3% 차이가 났다. 성별에 따른 비출산 의향의 차이는 비혼 의향 차이보다 4.5% 높아 출산 관련 남녀 인식격차가 결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출산의 이유로 남성은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43.6%),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1.5%) 등 경제적 부담감을 꼽았다. 반면 여성은 ‘육아에 드는 개인적 시간·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49.7%), ‘자녀를 바르게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35.1%) 등 심리적 부담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직장 만족도 높으면 결혼·출산 의향 높아
또 이번 조사에서는 일자리 품질에 따라 결혼과 출산 의향이 크게 다른 것이 확인됐다.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의 68.4%가 ‘결혼을 할 것이다’ 또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만족도가 낮은 집단은 46.3%에 그쳤다.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은 출산 의향도 높았다. 직장 만족도가 낮은 집단에서는 출산 의향을 가진 이들이 45.2%로 나타났으나, 직장 만족도가 높은 이들은 60.2%였다. 15%포인트 차이가 났다. 특히 여성일수록 직장 만족도에 따른 결혼·출산 의향 차이가 컸다.
한편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저출산과 우리 사회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1970년의 29만5000건보다 10만3000건 감소했다. 결혼이 줄어들면서 출생아 수도 급감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 48만5000명의 절반 수준이다.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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