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짧게 1차만, 이게 국룰"…'밤의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다

김남준 2023. 8. 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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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장규섭(40)씨는 최근 택시보다 지하철로 퇴근하는 날이 늘었다. 예전에는 외부 거래처와 늦은 술 약속에, 지하철이 끊기고 나서야 택시를 타고 집에 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저녁 약속이 줄고, 술자리를 해도 일찍 끝나면서 대중교통으로 퇴근하게 됐다. 장씨는 “회식을 1차에 짧게 하는 게 요즘 ‘국룰(유행하는 규칙)’이라더라”면서 “술을 마셔도 오후 11시 전엔 집에 오니 가족들도 놀란다”고 했다.


요식업 피크타임 늦은 저녁→이른 저녁


박경민 기자
코로나19가 사라져도 2차·3차 회식으로 이어지던 한국 특유의 ‘밤의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식당·영화관 등의 핵심 매출 시간대가 이른 저녁이나 낮으로 옮겨가고, 늦은 저녁은 개인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소비문화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7일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요식업의 시간대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피크타임’은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19.2%)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있기 이전인 2019년 상반기에 요식업 피크타임이 오후 8시에서 오후 10시(20.1%)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 매출 시간대가 늦은 저녁에서 이른 저녁으로 바뀐 것이다. 매출은 카드 결제 시간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이용 시간은 더 빠르다. 예를 들어 오후 6시~오후 8시 매출은 오후 6시 이전부터 식당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자료는 요식업의 특정 시간대 BC카드 매출을 하루 전체 BC카드 매출로 나눠 구했다. 시간대는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단위로 구별했다.

요식업 매출 비중은 늦은 저녁은 물론 심야 시간에서도 크게 줄었다. 2019년 상반기 요식업의 오후 10시~자정 매출 비중은 8.4%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9%로 2.5%포인트 감소했다. 저녁 약속을 잡아도 빨리 시작하고, 짧게 끝내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회사원 김윤희(29)씨는 “유연 근무나 재택근무로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빠르면 오후 5시부터 저녁 약속을 잡기도 한다”면서 “일찍 만나 일찍 끝내면 저녁에 운동이나 자기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평일 영화관은 저녁보다 낮, 택시는 매출 줄어


박경민 기자
주요 매출 시간대가 바뀐 것은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평일 영화관 매출 비중을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단위로 나눠 분석한 결과 2019년 상반기 피크타임은 오후 6시~오후 8시(15.5%)였다. 반면 올해 상반기 피크타임은 오후 2시~오후 4시(16.4%)로 바뀌었다.

다만 주말 영화관 매출 피크타임(오후 2시~오후 4시)은 2019년과 올해 상반기 모두 동일했다. 대신 주말에도 저녁 시간인 오후 6시 이후 매출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줄었다. 오후 6시~자정 주말 영화관 매출 비중은 2019년 상반기 38.3%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2.1%로 6.2%포인트 감소했다.

차준홍 기자

택시는 오후 6시 이후 저녁 매출 비중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절대 매출액으로 보면 2019년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72% 수준으로 감소했다. 저녁 약속 줄다 보니, 택시 자체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매출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녁 약속 사라져도 요식업 매출은 늘어


코로나19 이후 저녁에서 낮으로 더 당겨진 생활 방식이 소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불분명했다. 요식업은 코로나19이 이후 피크타임이 빨라졌지만, 전체 매출액은 2019년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11.5% 오히려 늘었다. 늦은 밤까지 모임을 가지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소비를 하는 것이다. 회사원인 조완선(28)씨는 “기분은 내고 싶은데, 저녁으로 먹으면 비싸니까 차라리 낮에 좋은데 가서 누리자는 차원에서 점심 약속을 많이 잡기도 한다”고 했다.

반면, 영화관은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매출이 평일 기준 35.6%, 주말 기준 40.9%로 크게 떨어졌다. 다만 이것은 생활 방식의 변화보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장 등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물론 52시간제 정착, 유연 및 재택근무 확산,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적 활동은 빨리 끝내고, 저녁은 개인 시간을 갖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면서 “늦은 밤 소비하는 문화가 사라져도, 과거보다 여유 시간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면서, 씀씀이 총량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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