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 땐 숨통 끊으라"…軍 '소총 시위' 김정은에 강경 대응
오는 18일 열리는 한ㆍ미ㆍ일 정상회담과 16일 사전연습으로 시작되는 한ㆍ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ㆍ을지프리덤실드)’를 앞둔 군 당국이 연일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7일 공군 제8전투비행단, 해병대 연평부대, 해군 전진기지를 방문해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점검한 자리에서 “적(敵)이 도발한다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현장에서 적을 과감하게 일격에 응징해 숨통을 끊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31일에도 중부전선의 제5군단사령부와 전방 일반전초(GOP)를 방문해 “적의 숨통을 끊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이 경계하는 한ㆍ미ㆍ일 공조와 한ㆍ미 훈련의 강화 기류 등을 구실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경우 현장에서 ‘원점 타격’ 등 즉각적인 고강도 대응에 주저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내부적으로는 군의 경계 태세 강화를 주문하고,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일각에선 이와 함께 연일 전방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김 의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은 물론 전방에서의 무인기 투입이나 포격 등 재래식 무기를 활용한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의장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현장을 점검한 곳은 중부전선을 비롯해 연평도와 해군 2함대 등 전방에 집중돼 있다. 과거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켰던 경로, 연평도 포격 지점, NLL(서해 북방한계선) 도발 지점 등을 포괄하는 곳이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사전 점검을 시행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무기 쇼케이스’ 성격의 열병식을 연 데 이어, 지난 3~5일엔 대표적 도발 수단인 초대형 대구경 방사포탄과 전략순항미사일ㆍ무인공격기 엔진 생산공장 등을 현지 시찰했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소총을 사격하는 장면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국지적 도발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시사했을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국지적 도발과 관련해선 강경한 ‘교전규칙’이 존재하지만 이전 정부에선 군사적ㆍ정치적 고려가 현장 지휘관의 원칙적ㆍ즉각적 강경 대응 결정에 영향을 끼쳐온 것이 사실”이라며 “기밀에 해당하는 교전규칙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이날 지시는 유사시 현장에서 교전규칙에 규정된 원칙대로 대응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문제까지 지휘부가 책임진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방식 등은 1953년 규정된 유엔사 교전규칙(AROE)를 따르게 돼 있다. 요약하면 남북은 각자 도발에 대해 ‘비례 원칙’에 따라 같은 수위로만 대응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군의 소극적 대응이 문제가 되자, 당시 정부는 내부적으로 ‘충분성의 원칙’을 반영해 통상 '3배로 대응한다'는 방식에 가까운 교전규칙을 마련했다고 한다. 실제 2014년 북한이 NLL 남쪽으로 포탄 100발을 발사했을 때 300발의 응사를 했던 것도 이러한 규칙에 따른 조치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국방부ㆍ외교부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수 있는 대량 응징보복 능력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격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다만 유엔사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무인기 침공에 대해 정부가 북측에 대한 무인기 침투로 맞대응하자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며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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