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출 500만원 고깃집도 썰렁…서현역 꽂힌 또다른 비수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경기 성남 수인분당선 서현역 주변 상점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한 상인들은 충격과 슬픔의 고통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정서적 고통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사실상 휴업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5~6일 서현역 일대를 둘러보니 주말임에도 유동 인구가 적은 게 한눈에 보였다. 일부 1층 가게는 오후 3시임에도 조명을 켜지 않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치킨집 직원인 김모(43)씨는 문 닫은 집을 손으로 가리키며 “주말에는 줄 서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했던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게도 매출 70~80%가 줄었다”며 “옆 고깃집도 하루 매출이 5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버스킹 공연도 열렸던 거리가 을씨년스러워
1층 화장품 가게 직원은 “주말 저녁에는 버스킹 공연도 열렸던 거리”라며 “사고 다음 날인 4일 금요일 저녁에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파스타 식당 주인은 “코로나19 초기보다 장사가 안된다”며 “오늘 온종일 테이블 10개 음식만 팔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 음식이 조금 늘어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일어난 AK백화점 2층을 가보니 무전기를 어깨에 찬 보안요원이 눈에 띄었다. 지하 1층 지하철역으로 연결되는 곳에는 플라스틱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 2명이 조를 짜서 순찰을 다녔다. 50석 이상 규모를 가진 백화점 내부 식당에도 2~3명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식당 직원은 “부스럭 소리만 들려도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사고 장소 인근 100m 이내에서 주짓수 도장을 운영하는 홍순근(51)씨는 “운동을 오래 한 건장한 사람이라도 칼을 들고 날뛰는 범인을 제압하기는 무리”라며 “정신질환자 한 명 때문에 많은 상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이런 현상이 한 달 이상 지속할 경우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카페 직원은 “8월 말 개학 철이 되면 상권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사고 뒤 며칠 안 돼 피해 규모가 작지만, 장기간 계속되면 이태원 참사 당시처럼 상인들도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한 달 이상 지속하면 지원책 고려해야”
지난해 10월 일어난 이태원 참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문제가 올해 초 국회에서 거론된 바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 완화 대책과 세금·공과금의 감면‧유예 조치도 지원 방안으로 논의됐다. 서울시는 당시 이태원 소상공인에 최대 3000만원을 2% 고정 금리로 빌려줬다. 소상공인뿐 아니라 대형 식품·유통 업체도 사고 여파가 매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현역과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등 칼부림 관련 사고 현장 사진에 가게나 상품이 노출되는지 예의주시하는 식이다. 백화점·마트 안전요원에는 방검복과 삼단봉을 지급하고 있다.
3분기에는 국내 내수가 반등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강력 범죄와 무더위, 해외여행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개선 강도가 미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슈퍼마켓‧잡화점(3.2%)과 대형마트(2.0%), 백화점(1.3%) 등에서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해 침체했던 소비가 늘어나던 흐름을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회복이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기 반등도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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