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비하'부터 '시부모' 논란까지…野 김은경 혁신위, 어쩌다 공방만 남겼나
노인폄하 발언 비판… 사과하려다가 '봉양' 진실 공방
잇단 구설에 동력 상실한 혁신위, 결국 조기 종료 가닥
더불어민주당의 '전면적 쇄신'을 꾀하겠다며 지난 6월 말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조기 종료 위기에 놓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혁신위에서 논의된 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혁신위원장 선출 과정부터 대대적인 주목을 끌었지만,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최근 '노인폄하' 발언부터 '시부모 거짓 봉양' 논란까지 일으키며 당을 '혁신'이 아니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가 뽑은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으로 사퇴하며 삐걱댔던 혁신위가 지속되는 '위원장 리스크'로 성과는커녕 각종 설화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부여' 발언…노인폄하 논란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에서 과거 아들과 나눴던 대화 중 일부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미래를 결정짓는) 의사가 표시된다. 청년들에게 현재의 정치가 미래 자신의 상황, 정책을 결정한다"면서 청년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여명(남은 수명)에 비례한 투표권 부여' 발언은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둘째 애가 22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중학교 때 이런 질문을 했다.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이었다)"며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이지(않으냐)"고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투표권이 남은 수명에 비례해 부여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며 노인폄하 논란을 불렀다. 김 위원장은 논란 이후 "저도 곧 60이다. 철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3일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사과하러 온 김 위원장에게 보란 듯 사진 뺨을 수차례 내리쳤다. 김 회장은 "1000만 노인을 대표해서 본인 보고 뺨이라도 때려야 분이 풀릴 것 같다"며 "손찌검을 하면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 정신 차려라"라면서 사진을 손으로 때렸다.
또 다른 논란…이번에는 '시부모 18년 봉양' 진실 공방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인비하 발언을 사과하며 일단락될 것 같았던 이날 자리는 새로운 논란의 시작이 됐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편과 사별한 뒤 시부모를 18년간 모셨고, 작년 말 선산에 묻어 드렸다"며 "어른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겪은 얘기를 통해 '투표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하려 했는데 이렇게 비화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판단하지 못했던 부족함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시누이라고 주장한 김모씨가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김씨는 지난 5일 블로그를 통해 "명절은커녕 자신의 남편 제사에도 한번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남편 사별 후 18년간 시부모님을 모셨다는 그런 새빨간 거짓으로…노인 폄하는 그녀에겐 일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김 위원장은) 남편이 살아 있을 때를 포함해 단 한 차례도 시부모를 모시고 산 적이 없다"며 "(시부모는) 공경심은커녕 18년 동안 김은경에게 온갖 악담과 협박을 받으셨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아들이 논란에 가세했다. 6일 김 위원장의 아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김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신 막내 고모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으신 분"이라며 "고모들은 부양책임은 지지 않으셨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상속은 받아가셨겠지만 저희 가족은(어머니, 저, 동생)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남편을 잃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돌보고, 두 아이를 키우며 너무나 바쁘고 힘들게 살아오셨다. 거짓 주장과 명예훼손에 대하여 추후 필요한 법적 조치를 제 선에서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혁신 동력 잃은 혁신위, 조기 종료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며 출범한 혁신위가 잇단 구설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는 활동 종료를 촉구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여름휴가 복귀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혁신한다고 와서 망신만 자초하고 있다"며 "이쯤 되면 자신이 문제만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음을 인지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혁신은 이미 철저하게 실패했다"며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을 이재명 대표도 직시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도 활동 종료를 촉구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7일 BBS라디오에서 "혁신위가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 혁신위의 활동을 접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혁신위가 그동안 혁신안으로 낸 게 불체포특권 포기, 꼼수 탈당 방지책인데 1호 혁신안은 간신히 반쪽짜리로 통과했고 2호는 선언에 그쳤다"면서 "그러고 나서 전국을 다니며 당원 간담회를 하면서 노인 폄하 말실수가 나왔는데, 지금 완전히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하나도 없다. 이런 상태라면 빨리 혁신위를 접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혁신위가 오히려 혁신의 대상이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위가 무슨 혁신안을 내놓은들 깊이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혁신위 관련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봤다. 휴가를 마친 이 대표는 7일 최고위 후 김 위원장의 '노인폄하' 발언 논란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마음에 상처받았을 분들이 계신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혁신위는 악화되는 여론에 활동을 조기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당초 9월 초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2주가량 시한을 앞당겨 이달 말까지 혁신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활동을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100명에 알렸는데 달랑 5명 참석…결혼식하다 인생 되돌아본 부부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황정음처럼 헤어지면 큰일"…이혼전문 변호사 뜯어 말리는 이유 - 아시아경제
-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동덕여대 졸업생들, 트럭 시위 동참 - 아시아경제
- "번호 몰라도 근처에 있으면 단톡방 초대"…카톡 신기능 뭐지? - 아시아경제
- "'김 시장' 불렀다고 욕 하다니"…의왕시장에 뿔난 시의원들 - 아시아경제
- "평일 1000만원 매출에도 나가는 돈에 먹튀도 많아"…정준하 웃픈 사연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