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네" 에어컨 빵빵 튼 그 카페…사장님은 웃지 못 한 까닭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킨 7일 오후 2시. 세종시 한 카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영업 중이었다. 매장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냉기가 서늘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라도 잠깐 들르고 싶을 정도였다. 업주는 “문을 닫아놓고 영업할 때보다 열어놨을 때 확실히 손님이 더 많이 찾는다”며 “전기요금은 부담스럽지만 손님을 끌어모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린 가운데 냉방비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밖이 더울수록 매장이 시원하기를 바라는 손님이 많아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7~8일 오후에 전력 수요가 92.9GW(기가와트)까지 높아져 올여름 ‘피크(정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여름일수록, 무더울수록 전력 사용이 늘어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에게 주로 적용하는 일반용(갑) 저압 기준 지난해 여름철(7∼8월)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1586㎾h(킬로와트시)였다. 같은 해 5월(1137㎾h)보다 39%(449㎾h) 많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위가 심한 만큼 전력 사용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폭염으로 전기 쓸 일은 많은데 요금은 부쩍 올랐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h당 28.5원 인상했다. 올해 여름에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전력을 쓸 경우 일반용(갑) 저압을 쓰는 소상공인의 월평균 전기요금은 34만8040원 수준이다. 지난 5월 전기요금(22만950원)보다 12만7090원(58%) 많다.
인상분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업종마다 편차가 크다. 특히 PC방·편의점같이 24시간 전기를 쓰는 업체일수록 부담이 늘어난다. 서울 양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영업용 전기요금은 여름이 봄·가을철보다 50%가량 더 나온다”며 “6월에만 5월보다 전기요금이 30만원 더 나왔다. 7월엔 얼마나 더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고깃집 대표는 “불을 쓰는 음식점은 에어컨을 더 세게 돌려야 해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전기료 부담이 크지만,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하는 ‘개문 냉방’도 여전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 냉방 시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 때보다 전력소비가 최대 약 3~4배 증가한다. 공단이 지난 6월 전국 주요상권 26곳의 52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12%가 개문 냉방 중이었다. 명동·홍대 상권 같은 서울 번화가는 개문 냉방 영업 비율이 69%에 달했다.
‘전기료 폭탄’을 피하려면 개문 냉방이 상징하는 에너지 낭비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컨을 안 켤 수 없는 만큼 설정 온도를 1도라도 높이고, 실내 적정온도를 가능한 26도로 유지하는 식이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돌리거나 실외기와 에어컨 필터를 자주 청소해 냉방 효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기 위해 6∼9월 전기요금을 2∼6개월간 나눠서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에너지효율 1등급 냉방기 구매 시 제품 가격의 40%를 할인해 준다. 슈퍼마켓·편의점 등 유통매장은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 경우 설치 면적(㎡)당 9만원씩 지원한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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