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외교' 뿔난 시민들, 일일 천만원씩 모았다

안현주 2023. 8. 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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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돕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40일 만에 4억원 돌파

[안현주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 원고들의 투쟁을 응원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모금액이 40일 만에 4억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역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누적 모금액.
ⓒ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우리나라 정부가 주겠다는 판결금을 거부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돕는 모금운동이 1차 목표인 4억원을 넘겼다.

전국 6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을 주축으로 지난달 29일 모금운동을 선포한지 정확히 40일 만이다.

'제3자 변제'라는 해괴한 해법을 내놓은 정부의 굴육적인 대일 정책에 상처 입은 시민들이 모금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일일 평균 1천만원이 넘는 모금액이 답지했다.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을 주관한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7일 정오 현재 모금건수는 5775건, 누적 모금액은 4억 784만 8000원이라고 밝혔다.

모금운동에 단체로 참여한 경우에도 1건으로 집계되기에 실제 참여한 인원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공식 홈페이지(http://justicekeeper.kr)에 공개되는 모금액은 29일 모금운동 시작일을 기준으로 닷새 만에 1억원, 일주일 만에 2억원, 열아흐레 만에 3억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제3자 변제' 거부감이 시민참여 원동력

최종 목표액인 10억원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시민들을 결집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전범기업 사죄·배상을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판결금' 수령을 거부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시민 성금 모금에 동참을 제안하고 있다.
ⓒ 유성호
 
모금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 정부의 '제3자 변제'를 둘러싼 반발도 이어졌다.

정부가 시민사회단체 모금운동이 본격화되자,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 원고들의 채권을 소멸하기 위해 7월 3일 법원에 공탁을 시도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불수리' 처분되는 등 '제3자 변제' 적법성이 다시 한 번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무리한 공탁 시도는 정부 스스로 발목이 잡히는 결과가 됐다. 법원으로부터 공탁 시도가 퇴짜 맞은 것은 물론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에 불을 붙인 것이다.

피해자들의 외로운 싸움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각별한 뜻도 돋보였다. 지난 4일 서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매불쇼에 출연하여 역사정의시민모금에 대해 홍보하는 것을 듣고, 직접 안진걸 소장을 찾아가 '역사정의시민모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여성은 "윤석열 정권에 맞서 역사정의를 위해 투쟁하시는 모든 분들에 비하면 돈을 내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다"며 "역사정의 시민모금이 꼭 성공해서 한맺힌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대 광주 여성 12명으로 구성된 <현산독서회>는 모금운동 취지를 전해 듣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40만원을 역시 모금운동에 기부했다. 광주마을교육공동체포럼의 독서동아리 <달꿈이> 회원 10명도 역시 모금운동에 대한 토론을 거쳐 자발적으로 모금한 10만원을 건넸다.

오는 12일 8·15 범국민대회장서 모금액 전달

학원강사를 하면서도 틈을 내 택배 하차 일을 하는 이용주씨도 틈틈이 모은 10만원을 시민모금에 보탰다. 이씨는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정의를 바로 잡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모금에 참여한 뜻을 밝혔다.

또 통일운동단체 <겨레하나>는 전국 회원 1천여명이 1만원씩 참여하기로 결의를 모으고, 48개 단체 개인 653명이 참가한 1차분 600만원을 기부했다. <겨레하나>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구실로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제3자 변제'를 내놓았지만, 그 본질은 한반도 전쟁을 불러오는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있다"며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를 심판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회원들과 뜻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오는 12일 오후 4시 서울에서 열리는 '주권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실현! 8·15 범국민대회' 자리에서 1차로 피해 원고들과 유족들에게 성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원고 4인을 응원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홍보물.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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