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6조 경제효과"라더니…전북 이젠 '마이너스' 걱정할 판

김준희, 조수진 2023. 8. 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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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9일 전북도청 로비에서 당시 송하진(가운데) 전북지사 등이 '2023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단' 출정식을 갖고 "반드시 대한민국 전라북도 새만금에 잼버리대회를 유치하겠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전라북도]


잼버리, 경제 파급 '마이너스 효과' 내나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막 7일째를 맞은 '2023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폭염 대책·인프라 부족 등 총체적 부실에 이어 경제 효과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북도는 당초 잼버리를 치르면 6조원 이상 경제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6년간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도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는커녕 "대한민국이 선진국 맞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는 12일 폐막 이후 매립지 위에 '한시적'으로 조성한 야영장 시설 대부분은 철거될 예정이어서 "치밀한 계획 없이 '철거 예정지'에 과도한 예산을 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2014년 7월 취임 이후 '청소년 문화 올림픽'이라 불리는 잼버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회 유치로 얻는 유·무형 파급 효과 외에 전북 최대 현안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목적이 컸다.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과 국제운영요원(IST)·지도자 등이 새만금에 오려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7일 '2023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대회장에서 조기 퇴영을 앞둔 참가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도 "SOC 등 6조4656억원 기대 효과"


전북도는 또 잼버리 유치가 1991년 새만금 방조제 착공 이후 정치권 유불리에 휘둘려 지지부진한 새만금 매립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폭제'로도 봤다. 지난달 기준 새만금 전체 개발 면적(291㎢) 가운데 48%(139.8㎢)만 매립을 마쳤거나 조성 중이다.

2017년 8월 잼버리 유치가 확정되자 전북도는 "새만금 등 전북 발전에 전기가 마련됐다"고 반색했다. 당시 전북발전연구원(현 전북연구원)은 잼버리 유치에 따른 기대 효과로 사회간접시설(SOC) 조기 구축 시 2조855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포함해 국가적으로 총 6조4656억원 생산 유발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19년 1월 새만금 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8077억원을 들여 내년에 착공, 활주로(2500m×45m)와 여객터미널(1만5010㎡) 등을 지어 2029년 개항할 예정이다. 새만금 공항은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새만금 핵심 인프라인 동서·남북 십자(+)형 간선 도로(43.6㎞) 전 구간도 완성됐다. 2020년 11월 완공된 동서도로 16.5㎞에 이어 지난달 26일 남북도로 27.1㎞가 전면 개통됐다. 두 도로에 들어간 예산만 7886억원이다.

앞서 전북도는 "잼버리는 다른 국제 행사보다 기반 조성 등 추가 예산 부담이 적다"고 했다. 이에 참가비(310억원)와 국비(54억원)·지방비(127억원) 등 총 491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업비는 6년 사이 1171억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잼버리 기반 시설(259억원)과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450억원)·대집회장(30억원) 조성비 등이 추가되서다. 이마저도 대부분 대회를 코앞에 두고 완성됐거나 공사 중이다.

7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 구역에서 대회 참가자 등이 각국 부스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장소 바뀌면서 새만금 잼버리→한국 잼버리


기반 시설에는 상수도 26㎞, 하수도 31㎞, 임시 하수처리시설 3곳, 주차장 3곳, 덩굴 터널 7.4㎞ 등이 포함됐다. 전북도는 2021년 12월 착공한 지 2년 6개월 만인 지난 5월 설치를 마쳤다. 올해 장마로 침수 현상이 발생하자 최근 한 달 만에 배수로와 간이 펌프장 100개 등을 추가로 만들었다.

야영장 조성을 맡은 잼버리 조직위는 화장실·샤워장·급수대·분리수거장을 비롯해 전력 시설(가로등·발전기)과 통신 시설(통신주·사이렌) 등을 지난달 완공했다. 잼버리 대회장 내 9만7731㎡ 부지에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내년 3월에야 부대시설까지 전체가 준공된다. 현재는 잼버리 병원과 운영본부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이날 북상 중인 태풍 '카눈'에 대비해 참가자 전원을 아예 서울 등지로 옮기는 이른바 '플랜 B'를 내놨다. 이미 지난 4일부터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미국·싱가포르 등 3개국 6000명가량에 이어 잼버리 현장에 남아 있던 150개국 3만7000여 명도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게 됐다. '새만금 잼버리'가 아니라 '한국 잼버리'가 된 셈이다.

7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 구역에서 인부들이 대회 관련 구조물 등을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폐막 이후 기반 시설 철거…"전북엔 마이너스"


"대회 이후가 더 큰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센터를 제외한 야영장 상부 시설 대부분이 철거 대상이어서다. 새만금개발청은 잼버리가 끝나면 대회 부지에 K팝 국제교육도시를 건립할 계획이다. 부지 관할인 부안군은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을 위한 국가 산업단지 등을 구상하고 있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대회 일정·장소가 중간에 확 바뀌면서 애초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는 거의 누릴 수 없고 외려 마이너스"라며 "새만금 잼버리가 실패하면 대회를 유치한 전북도 이미지는 매우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안=김준희·황희규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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