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얻은 키움, 성적 대신 미래를 기약하다
[이준목 기자]
눈앞의 성적을 포기하는 대신 미래를 기약했다.
최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행보를 가장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다. 최근 키움 팬들은 '순위표'를 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미래의 희망을 걸 수 있는 '복덩이'를 얻은 데 한가닥 위안을 삼는다.
최근 키움은 팀 성적면에서 심상치 않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키움은 지난 8월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무려 8연패 늪에 빠졌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01경기를 치른 현재 41승 3무 57패, 승률 .418로 꼴찌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없는 9위다.
전반기가 끝날때만 해도 5강권과의 격차가 4게임 이내였지만, 현재는 5위 두산 베어스(47승 1무 44패)차와의 승차가 무려 9.5게임으로 벌어지며 가을야구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져가고 있다. 심지어 삼성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에 비하여 키움의 후반기 승률은 3승 1무 11패(.214)로 최악이어서 이대로는 단독 꼴찌 추락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이 올시즌 만일 최하위를 달성하면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1년 이후 무려 12년 만이자, 10개 구단 체제에서는 팀 역사상 첫 꼴찌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초대형 악재 속에 추락한 키움
키움은 2017시즌 7위 이후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는 무려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키움은 올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이 유력한 이정후의 '라스트 댄스'를 앞두고 내심 우승까지 노렸다.
하지만 믿었던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 속에 키움은 개막 후 줄곧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6월 들어서야 월별 승률 6할대를 기록하며 14승2무9패(.609)로 잠시 반등하는 듯 했던 키움은, 에릭 요키시-에디슨 러셀-이정후로 이어지는 투타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 다시 추락했다.
특히 지난해 정규리그 MVP이자 키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이정후의 공백은 치명타였다. 올시즌 85경기에서 타율 .319을 기록중이던 이정후는 지난달 7월 22일 경기중 부상을 당했고, 진단결과 왼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이 손상되었다는 진단을 받으며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과 복귀까지는 최소 3개월 공백이 불가피해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출전도 무산됐다.
실제로 키움은 이정후가 빠진 뒤 치른 13경기에서 2승 1무 10패(.167)에 그쳤고, 이 기간 팀 타율이 .241로 8위, 출루율 .308로 9위를 기록하며 크게 추락했다. 가뜩이나 빈약했던 타선에서 이정후마저 사라지니 위압감이 더욱 실종됐다.
물론 키움의 최근 부진이 단지 이정후의 공백 때문만은 아니다. 키움은 이정후의 시즌 아웃이 확정된 이후 약 일주일만인 지난달 29일, 돌연 LG 트윈스로부터 내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선발 투수 최원태를 내주는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공수 핵심 자원들이 연이어 이탈한 키움이 올시즌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구단 측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고려한 트레이드였으며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타력이 약한 키움이 그나마 강점이던 풍부한 선발진의 핵심이자 프랜차이즈 선수였던 최원태를 내주면서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키움은 어차피 FA를 앞두고 있어서 잡을 가능성이 희박했고 나이도 있는 최원태를 매물로, 유망주 카드와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알차게 확보했다는 평가다. LG는 LG대로 선발진을 보강하며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가닥 희망은 존재한다. 키움이 LG로부터 데려온 이주형은, 최근의 부진한 팀성적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드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다.
이주형은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에 지명됐을 때부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선수다. 2001년생의 어린 나이에 군문제까지 일찍 해결하여 앞길이 창창하다.
하지만 트레이드 전까지는 올시즌 1군에서 18경기에 출전하여 15타수 4안타, 타율 .267 2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뛰어난 타격재능에, 수비에서도 내외야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능력까지 갖췄음에도, '윈나우'를 추구하는 LG의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
키움은 이적 직후 대놓고 이주형을 팍팍 밀어주고 있다. 첫날부터 6일 NC전까지 전부 외야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이주형은 이주형은 키움 이적 후로만 8경기에서 타율 0.367 2홈런 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06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시즌 타율은 .333(45타수 15안타)까지 올라왔다. 트레이드를 비판했던 이들조차도 이주형만큼은 '잘 데려왔다.'고 인정하지 않을수 없는 분위기다.
이주형은 벌써부터 외야수이자 플레이스타일 면에서는 '제2의 이정후', LG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트레이드 이후 탈쥐효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점에서는 '제2의 박병호'로 거론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키움에서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슈퍼스타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주형에게 거는 기대치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주형은 키움에서 그토록 원하는 주전의 기회를 얻은 대가로, 아직 승리는 맛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이후 키움이 8연패에 빠지며 이주형은 키움 유니폼을 입고서는 아직까지 단 1승도 맛보지 못했다. 이주형도 키움으로서도 일단 연패탈출을 통하여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이주형의 진가에 대한 진정한 평가도 일단 팀의 승리가 뒷받침되었을 때 의미가 있다.
사실 최원태-이주형 트레이드야말로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식 트레이드의 정석이라고 할 만하다. 키움처럼 우승 가능성이 희박한 스몰마켓 구단들이 베테랑이나 몸값이 높은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매물로, 젊은 유망주들을 데려와 육성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이는 선수의 가치와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과 타이밍, 결단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록 키움은 현재 팀으로서는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주형이 훗날 구단의 기대만큼 성장하여 정말로 '제 2의 이정후'같은 존재가 되어준다면, 지금의 연패 고통도 훗날에는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었던 추억 정도로 회자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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