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는 관리자?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
[신재용 기자]
'"식자재 잘못되면, 그때부턴 전쟁..." 학교 영양사의 하루'에서 이어집니다.
- 업무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영양사 본연의 업무와 다른 업무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산업안전 업무라든가, 가스관리자 업무라든가. 코로나19 때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에게 급식꾸러미를 보내기 위해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업무상 어려움이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업무분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코로나19 관련해서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니 평균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없으니) 급식실 아닌 곳의 청소를 시킨다든가, 운동장의 풀을 뽑게 한다든가, 운동장에 작은 돌멩이를 뿌린 학교도 있다더라고요. 제가 있던 학교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해서 하진 않았어요.
학교마다 업무분장이 명확하지 않아 급식업무 외 업무를 하는 영양사 선생님들이 많아요. 평상시에 부당하다고 느꼈던 거는 가스관리자 역할이에요. 부산은 영양사가 가스관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가스를 급식실만 쓰는 게 아니라 학교 전체 온수를 틀 때도 쓰고, 가사실에서도 써요. 요즘은 가사실을 많이 쓰진 않지만 배관이 살아있는 곳이 있거든요. 강당에 가스가 있기도 하죠. 그런데 학교당 가스관리자는 1명이에요. 급식실에서 가스를 가장 많이 쓰니까 영양사에게 가스를 맡으라고 하는 거죠. 저는 (부당하다고) 싸워서 가스관리자 자격증을 안 따긴 했는데, 왜 학교 전체에서 쓰는 가스를 영양사가 관리해야 하는지. 너무 부당해요. 도구나 기구가 아니잖아요. 배관이 이어져 있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시설인데요.
하나 더는 승강기 안전관리자예요. 덤웨이터(기자 주 :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음식이나 물건을 나르는 소형 승강기)나 장애인용 승강기가 학교마다 있죠. 덤웨이터는 급식실에서 쓰니까 저보고 (승강기 안전) 관리자 자격을 따라고 해서 땄어요. 그 이후로 장애인 승강기가 학교마다 생겼어요. 어느새 영양사 선생님 중에 장애인용 승강기 안전관리까지 하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덤웨이터야 떨어져도 음식만 떨어지지만, 장애인용 승강기는 사람이 다칠 수 있는데 그걸 우리보고 맡으라는 게 말이 안 되죠. 많이 덜어내긴 했는데 아직도 맡고 계신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우유급식. 우유를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직접 주지 않고, 집으로 보내줘요. 그런데 그 아이들 명단을 몰라요.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같은 개인정보라 제가 알면 안 돼고, 접근 권한이 없어요. 그런데 일일이 다 조사해서 우유를 보내는 건 영양사의 몫이에요. 아이들 명단을 모르는 상태에서요. 명단이 나오긴 하는데, 그중에서 우유를 신청하는 아이들에게만 보내야 해요. 학교 안에서 담당하는 분에게서 명단이랑 주소 같은 개인정보를 모두 받아서, 아이들이나 부모님에게 일일이 다 전화해서, 우유 드시겠냐고 예, 아니오로 대답받고, 개인정보 동의 확인받고, 일일이 명단을 정리해서 다 넘겨야 해요. 어떤 영양사 선생님은 우유 업체와 계약 업무까지 하시더라고요. 입찰 공고 띄우고, 업체랑 계약하고, 업체에 아이들 명단이랑 주소 모두 넘겨주기까지요.
모두에게 신청서 보내고 받는 건 할 수 있겠는데, 특정한 일부에게 하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일이 되는 게 너무 어렵죠. 그 아이들은 자기 개인정보를 드러내는 걸 민감해해요. 담임 선생님은 그런 사항을 모르고. 그런데 우리가 업무상 알아야 해요. 민원도 받아요. 왜 내 개인정보를 (영양사) 선생님이 알고 있냐고요. 그리고 조사하다가 어떤 아이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는 게 반에 알려진다면요. 우리가 다 덮어쓰는 거죠. 그런데 일일이 통화하거나, 우편물을 보내지 않는 이상 조사할 뾰족한 방법도 없고요. 사실 이거는 학교나 교육청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에요. 지원 금액은 시에서 내려오고요. 시에서 해야 할 업무가 우리에게 넘어온 셈이죠. 그 업무를 왜 우리가 해야 하나요? 대표적으로 이 세 가지가 부당해요."
폐암으로부터 급식실 안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 더 보호받아야
- 급식실 폐암 문제가 심각합니다. 영양사는 자유롭나요? 어느 정도로 영향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영양사가 자유로울 수는 없겠죠. 저부터 전을 굽고, 조리실 안 국솥, 볶음솥 왔다 갔다 해요. 주변 영양사 선생님 중에 네다섯 분 정도 폐결절 판정을 받았습니다. 조리사 선생님들보다 조리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적을 뿐, 똑같이 조리흄 다 마셔요. 조리흄이 꼭 그 근처에 있을 때만 영향이 있진 않아요. 조리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확률상 떨어질 뿐이죠. 확률적으로 낮다고 영양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영양사가 현업업무종사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12시간 중에서 6시간은 현장에 있고, 나가서 조리도 하면서 영양사실과 조리실을 왔다 갔다 해요. 조리사님들은 무릎까지 오는 방수 앞치마라던가 장화 같은 복장을 착용하고 일하시는데 제 거는 없어요. 장화도 없고, 안전 신발은 하나밖에 없어요. 영양사실에 가만히 앉아있다면 현업업무종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돼는데, (업무 특성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요. 오븐도 내가 열고, 물건도 직접 꺼내고 닫으면서 화상도 많이 입어요. 앞서 말한 폐암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고요. 이런 우리가 현업업무종사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잖아요. 물론 현장 당사자이면서 관리하는 부분도 있죠. 교육해야 하고, 동시에 교육받기도 해야 하고요. (현업업무종사자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 생각도 이해는 하지만 내가 (법의 보호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주례여고 급식실 안에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안내물. 급식실에서 일하는 모두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다. |
ⓒ 신재용 |
학교에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대부분 적용되지 않다가, 법이 바뀌면서 2020년부터 몇몇 직종에 산안법이 전부 적용됐다. 이 직종을 '현업업무종사자'라고 부르는데 영양(교)사, 조리사 등 급식 관련 직종, 환경미화, 시설관리 등 시설 유지관리 직종, 당직, 통학차량지도 등 경비 및 학생 통학 관련 직종이 이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영양(교)사를 현업업무종사자로 분류한 것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조리직종과 업무가 다른데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현업업무종사자로 분류했다거나, 산업안전 관련 업무 등이 새로 생기면서 업무가 과중하게 지워진다는 이유 등이다.
산안법을 학교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교육청이나 지원청, 학교현장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산안법상 관리감독자는 학교장이지만, 관련 실무를 영양(교)사가 맡으면서 업무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업업무종사자는 업무를 늘리려고 도입된 게 아니다. 법으로 영양(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영양(교)사도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다. 환기가 잘 안 되는 반지하 급식실에서 오래 일하다 호흡기에 이상이 생긴 영양사가 있고, 직접 조리하다 화상을 입은 영양사도 있다. 현업업무종사자가 아니라면, 산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현업업무종사자이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안보위)에 관련 안건을 올려서 개선을 꾀할 수 있다(현업업무종사자가 아닌 직종은 안전보건교육이나 산안보위 등 일부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급식실 폐암 사태가 발생하자 교육청이 실태 점검에 나서고, 환기시설을 교체하겠다고 했다. 급식 환경이 좋아지고, 전국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에 산안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산안보위에 안건이 올라가고, 의결되면 교육청은 실행할 의무가 있다. 현업업무종사자임을 부정한다고 해서 산업재해가 생길 위험이나 기존에 했던 급식 관련 업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제도 안에서 업무분장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현업업무종사자 고시를 폐기하고, 학교 안 모든 직종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적용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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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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