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오바마→ 미운오리새끼' 된 해리스, 대선서 부활 꿈꾼다

김형구 2023. 8. 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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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바이든 정부 경제 정책인 ‘바이드노믹스’의 성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수차례 구설과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며 ‘존재감 없는 2인자’라는 비아냥까지 받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활동 반경을 넓혀가며 입지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중 하나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보수 극단주의’ 비판의 선봉에 섰다. 플로리다주 교육위원회가 지난달 19일 ‘노예제에도 이점이 있다’는 취지의 흑인 역사교육과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해리스 부통령은 이틀 뒤 곧바로 플로리다주 잭슨빌을 찾아갔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극단주의자들이 역사를 거짓말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을 가스라이팅하려는 것이고 우리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곧바로 아이오와로 날아가 여성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을 겨냥해 “그들은 여성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른다”며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활동 반경 넓히며 입지 회복 시도


해리스 부통령의 최근 행보를 두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러닝메이트로 나서게 한 강력한 추진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며 “해리스의 강경 메시지는 공화당을 향한 것이었지만 그의 경쟁력을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을 벗어나 외곽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는 해리스의 움직임을 두고 세드릭 리치먼드 민주당 전국위원회 수석고문은 공화당 쪽을 맡기로 한 부통령의 결정이 2024년 대선 캠페인 전략의 핵심이라고 NYT에 말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진행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런 전략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슨 부통령의 역할 분담이라는 관점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치 면에서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고 외치 면에서 러시아 침공에 맞서 서방을 단결시키는 데 힘을 집중하는 사이 해리스 부통령은 정부 성과를 홍보하며 디샌티스 주지사를 비롯한 야당 주자를 상대하는 역할을 맡아 효과적인 캠페인을 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커스텐 앨런 부통령 대변인은 “해리스는 극단주의 지도자들이 미국 민주주의를 어렵게 만드는 서적 금지, 수정주의 역사, 장벽 등으로 후퇴시키려 할 때 그들을 계속해서 불러낼 것”이라고 했다. NYT는 “본격적인 대선 운동이 시작되면서 백악관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공화당에 대항하는 역할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여지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낮은 지지율, 지도력 논란 등 과제도


다만 낮은 지지율과 지도력 논란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미 데이터 전문 업체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인의 52%가 그에 부정적인 데 반해 긍정적인 여론이 40%에 그치는 등 지속적인 지지율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바이든과 러닝메이트로 나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를 꺾고 부통령에 오를 때만 해도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아프리카계·아시아계 부통령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때 ‘여성판 오바마(Female Obama)’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여러 차례 설화와 외교 결례 등으로 리더십 부재 논란을 자초했다. 2021년 6월 중남미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기자회견 때 “미국에 오지 마라. 우리는 국경을 지킬 것”이라는 답변으로 민주당 내에서도 바이든 정부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실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어깨를 들썩이며 환하게 웃었다가 사안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21년 5월 21일 미국을 방문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업무용 건물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도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2021년 5월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악수한 뒤 오른 손바닥을 바지에 대고 살짝 쓸어내려 외교 결례 논란에 휩싸였고, 2022년 9월 방한해서는 남한과 북한을 혼동한 듯한 말실수로 구설을 낳았다.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워싱턴포스트(WP)에서 “인기 없는 해리스가 바이든의 자리를 대신하면 안 된다”는 칼럼이 실릴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민주당 안팎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차기 대선 러닝메이트로 해리스가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럼에도 여성·아프리카계·아시아계라는 상징성이 큰 해리스 카드를 교체하는 건 민주당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대입 소수인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과 여성 낙태권 등 주로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이슈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일정한 역할을 맡기자는 얘기도 나온다.

흑인의 정치 참여를 지원하는 단체 ‘콜렉티브 팩(Collective PAC)’ 설립자인 스테파니 브라운 제임스는 “지난 2년 반 동안 해리스는 너무 뒤에 가려져 있었다”며 “지금은 확실히 ‘해리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만 지속가능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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