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잼버리 파행' 경고 이원택 "정치권 말 절제해야"

박소희 2023. 8. 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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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여가부 질타했던 이원택... "조기 퇴영에 배후? 신원식, 정말 헛다리 짚어"

[박소희 기자]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10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리는 2023세계스카우트연맹 잼버리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급기야 가장 많은 대원을 보냈던 영국에 이어 미국도 야영지에서 철수한 데 이어 한국 전북 스카우트 연맹도 조직위원회의 성폭력 대응 미흡 등을 지적하며 6일 조기 퇴영했다. 

그런데 이미 1년 전 '잼버리의 악몽'을 우려했던 사람이 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김제·부안)이다. 그는 2022년 8월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회의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빨리 (잼버리) 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 거기 배수시설이라든가 상하수도, 대집회장, 샤워장, 화장실 등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25일 국정감사 때는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관광객 편의 시설 대책, 또 영내·외 프로그램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이 의원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의 청소년들과 전 세계에서 다 바라보고 있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여가부 폐지'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자칫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이 책임은 장관님께 나중에 역사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 "잼버리는 비정치적 행사인데 파행되니까 정치권에서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둥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며 "저는 민주당에도 현장 활동이든 자원봉사든 '절제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 스카우트연맹의 조기퇴영을 두고 '반(反)대한민국 카르텔' 운운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서도 "허무맹랑하다"고 일갈했다.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는데..." 우려가 현실로

- 지난해 여가위 국감에서 2023세계스카우트연맹 잼버리대회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꾸준히 당부했다. 하지만 설비도, 폭염대책도 결과적으로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는데 무엇이 원인일까.

"현장의 목소리가 있으면, 그걸 반영해서 정책적 판단을 하고 예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역할이 필요하고, 또 기획재정부가 할 일이 있고, 그게 안 되면 총리실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여가부의 판단 그리고 부처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다 잘 안 된 거다."

- 그러다 보니 공사도 지연되고, 폭염대책 등도 수립 안 되고.

"폭염 대책이나 해충 방제 등은 사실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화장실 청결 유지도. 다만 빨리 판단해서 해야 하는 부분이다. 8년 전 일본 잼버리가 비슷한 일 때문에 지탄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제가 '100억 원 쓰고 지탄 받느니 120억, 130억 원 쓰고 제대로 된 잼버리를 만들어서 국격과 국가 이미지를 올리는 게 좋지 않겠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게 복잡한 문제가 아닌데,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는 영역을 놓쳤다."

- 당시 질의 내용을 보면, 여가부 폐지가 대두된 상황이라 '주무부처가 사라진 상태에서 잼버리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냐'고 우려했더라.

"제가 국감 전에도 지적하다가 국감에서 '경고해야겠다' 했던 이유가 '잘못하면 (잼버리 대회가) 엉망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다. 주무부처가 여가부인데 당시 대통령은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만들어라'고 지시하고, 장관은 '폐지하겠다' 이러는데 그럼 누가 이 업무를 잘 고민해서 하겠나. 참 난감한 상황인 거다. 그래서 제가 김현숙 장관에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역사적 책임은 장관한테 갈 것'이라고 세게 경고한 거다. 잼버리대회는 160개국 5만여 명이 오는 행사다. (문제가 생기면) 국격, 국가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주기 때문에 당연히 장관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으니 잘하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더 안 되어버려서 저도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깝다."

- 실제로 '여가부 폐지론'이 왜 잼버리 준비에 영향을 줬을까.

"나중에 한 번 여가부 직원들이 어떻게 준비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질의 후) 저한테 보고가 왔는데 주로 자연재해에 따른 대책, 그것도 대피 중심의 보고였다. 예를 들어 폭염이 심하면 인근 초중고로 대피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잼버리는 3분의 2는 야영지 내에서, 3분의 1은 전북 시·군에서 활동하도록 짜였다. 전북 시·군 프로그램은 하루 1만 명 정도 참여하는데 그건 시설에서 하니까 만족도가 좋다. 하지만 영지 내 활동은 폭염이 있으니 주변에 충분한 그늘막과 냉풍장치가 있어야 하고 시원한 생수도 공급돼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많이 보강해서 주요 동선에 (햇볕을 가리는) 천막 터널을 만들고, 그늘막과 생수를 공급하고, 야외 간이수영장도 만들긴 했는데 다 (논란이 불거진 뒤) 사후적으로 했다. 선제적으로 하지 않았다."

"정부, 과도한 개입 말아야... 정치권도 절제해야 한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내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가득 차 있다.
ⓒ 연합뉴스
 
- 비록 사후 대응이긴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관광 프로그램 추가를 지시하고 한덕수 총리도 현장 긴급 점검에 나서긴 했는데, 종합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위기가 오니까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적극 '지원'은 좋지만 프로그램에 간섭하거나 프로그램을 결정하면 안 된다. 그건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연맹이 전문가다. 각국 청소년들의 상태도 그들이 제일 잘 안다.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안 된다. 

가령 전북 시·군 프로그램은 영지에서 1시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하니까 수용 인원을 1만 명에서 2만 명으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도, 예를 들어 서울로 옮긴다면 가는 데 2시간 반, 오는 데 2시간 반이다. 또 숙박을 거기서 할 수 없지 않나. 철수한 영국팀은 숙소를 못 구해서 연회장에서 자거나 한 방에 5~6명이 잔다는 얘기도 있고. 또 보통 프로그램은 스카우트에서 사전 검토를 거쳐 스카우트 철학과 정체성에 맞는지 따진다. 그런데 프로축구 관람? 이건 안 맞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끼리 어울리고 공동체 놀이를 하면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를 줘야 하는데 지나치게 관광 중심으로 가면 세계연맹 등으로선 고민될 수밖에 없다."

- 사안 자체가 정쟁화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러니까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고 하고, 신원식 의원은 전북 스카우트연맹의 조기퇴영을 두고 '반(反)대한민국 카르텔'을 얘기하고.

"잼버리는 사실 비정치적 행사다. 다른 나라도 보면 정부·여당은 최소한의 개입을 하고 스카우트가 주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 개입 폭이 조금 넓었는데, 지원하는 차원에서 넓은 거야 괜찮다. 하지만 행사가 파행되니까 정치권에서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둥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카르텔 이런 말은 정말 적절하지 않고.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저는 저희 민주당에도 현장 활동이든 자원봉사든 '절제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원내대표단도 그렇고 이재명 대표도 방문을 검토했는데 'SNS상에서 당부해줬으면 좋겠고 현장에 오는 건 정쟁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게 국내 행사면 모르지만, 전 세계적인 행사이고 청소년들이 있는데 정부·여당이 잘못했더라도 우리가 너무 (공격)하면 정쟁거리가 되니 우리 절제했으면 좋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조기퇴영에 배후? 너무 황당하고 허무맹랑한 주장"

- 그런데도 신원식 의원은 왜 '정치적 배후'설을 제기했을까.

"갑자기 뜬금없는 주장을 하던데 여기가 호남 지역이고 민주당 강세 지역이니까 '민주당에서 공작 건 것 아닌가'란 음모론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전혀 그런 게 없다. 민주당에서 선전선동해서 (전북 스카우트연맹이 잼버리 조기 퇴영을 선언하는) 반대한민국적 기자회견을 했다? 정말 헛다리 중에도 헛다리를 짚었다. 아니 전북 입장에서도 잼버리 관련해서 불상사가 나오면 안타깝지 않겠나. 저도 개최지 국회의원인데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생기니까 너무 안타깝고 참 난감하다. 그런데 이걸... 너무 황당하고 허무맹랑하다."

- 조기 종료 이야기도 나왔는데, 원래 일정대로 12일 행사를 마치기로 정리됐다. 그때까지 남은 과제는 없을까.

"사실 세계 청소년들이 여기 와서 뿌듯함, 만족함을 느끼고 가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 영지외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또 영지 내 활동은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의 그늘막 등이 마련됐으니, 영지 내 프로그램을 통해서 '문화 혼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너무 안전 중심으로, 과도하게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어쨌든 세계 청소년들이 여기에 온 이유는 함께 어울리며 하나가 되고 친선과 연대의 정신을 만들기 위해서다. 마지막까지 6일 남았다. (대회 진행이) 잘 될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린다."
 
▲ 떠날 준비하는 영국 스카우트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그늘막 아래 가방을 쌓아두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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