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간 게 맞나요?'…尹, 엿새 간 중대 사안 지시만 6번

이기민 2023. 8. 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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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휴가 6일 동안 총 6회 공개 지시
폭염·환경 대책 등 잼버리 4건으로 최다
韓총리가 尹 대신 잼버리 현장 점검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무량판 아파트 부실시공·흉기 난동 사건 등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휴가에 들어간 지 엿새가 흘렀지만 사실상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공식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에 돌입한 이후 세계 잼버리 대회 관련 4건, 무량판 아파트 부실시공 대책 마련 1건, 서현역 사건 관련 1건 등 총 6건의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우선 휴가 첫날인 2일 무량판 아파트 부실시공과 관련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관련 수석비서관들과 유선으로 회의를 한 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정부는 긴급 고위 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정부 차원의 모든 조치를 한 이후 당 아파트 무량판 부실 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필요시 국정조사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지난달 21일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지 13일 만에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에서 또다시 흉기 난동이 벌어지자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4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은 무고한 시민에 대한 테러"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으로도 협박 문자가 올라온 만큼 정부는 사전 예방을 위한 경비 인력 투입과 실효적이고 강력한 진압장비 휴대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살인·흉기 난동이 예고된 89개 지역에 경찰 배치했고, 14건 혐의를 발각해 검거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이 밖에도 2일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 전북지역 경제인 만찬, 잼버리 개영식 참석 이외에도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1박을 한 후 장병을 격려했고, 4일 경남 거제 고현 종합시장을 방문해 수산물을 사고 상인들을 응원하는 소비 진작 활동도 벌였다.

주요 현안 가운데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은 지시를 내린 분야는 세계 잼버리 대회로, 6일간 총 4번 폭염·보건·환경·대체 문화체험 등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후 "시설 및 안전 대책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도 편의시설 부족에 온열질환·피부병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했고, 행사장에서 나눠준 계란 등에서 곰팡이가 발생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 내 덩굴터널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에 윤 대통령이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는 연일 지시를 내리면서 중대 고비를 넘기고 있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고,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하라"고 유선 지시했다. 정부도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 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물자 지원을 위한 예비비 69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스카우트 대원 6000여명의 조기 퇴소 결정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5일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캠핑장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고 유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한 총리와 이 장관에게 "무더위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특히 식중독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하게 살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도 전화로 각각 퇴영한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 중인 가운데 미리 공병대와 의료진을 투입해 대비를 하는 상황이라서 이날 윤 대통령의 별도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신 윤 대통령의 휴가 동안 한 총리가 지난 4일부터 닷새 연속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의 불편한 점을 묻고, 요청사항을 들으며 해당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전날 대회를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힌 한 총리는 이날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 야영장으로 가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을 방문, 국제운영요원 식당에서 국제운영요원들과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에 이은 '도미노 퇴영' 우려가 커졌지만, 나머지 152개국이 잔류를 최종결정하면서 대회 중단 위기는 넘겼다. 여기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까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현장 대응과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기존에 배치된 쿨링버스 130대 외에 104대를 추가로 배치했고, 국방부는 1124평의 그늘막과 캐노피 64동을 설치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과 행정지원 인력 등 60명도 추가로 투입했다. 특히 세브란스 병원(18명)과 서울대병원(12명) 등 민간 대형병원도 잼버리 현장에 의료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6년의 준비 기간이 무색할 정도의 운영 부실과 준비 부족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온열환자 증가에 이어 코로나19까지 확산하기 시작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6일 기준 잼버리 야영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9명이다. 잼버리 개막 7월 29일부터 전날까지 야영장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131명이다.

윤 대통령의 휴가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8일까지 휴가를 보낸 후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윤 대통령은 예정대로 휴가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잼버리 대회 등 현안 대응을 하느라 기존 취지인 내수 진작과 민생 활성화의 결과가 덜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는 "일정을 짜다 보면 꼭 일정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평소도 그렇고 휴가도 마찬가지"라며 "거제에서 시장을 방문해서 상인들과 많은 대화 나눴지만, 그때 메시지가 전달됐고, 윤 대통령의 생각도 상당 부분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6일 밤 광화문 서울 시티투어버스에 탑승해 출발 전 환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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