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를 +5로 바꿨다…마법의 KT표 ‘선발 야구’
프로야구 KT 위즈는 올 시즌 50경기를 치를 때(6월 4일)까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8승2무30패로 10위였다. 특히 6월 2일까지는 16승2무30패로 승패 마진이 무려 ‘–14’까지 떨어졌다. 당시 단독선두 SSG 랜더스와의 격차는 14경기, 5위 NC 다이노스와의 간극은 7게임 반.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KT의 가을야구 탈락을 예견한 이유다.
그러나 믿기 힘든 반전이 일어났다. 일찌감치 5강 전선에서 밀려났다고 판단된 KT가 이제는 상위권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거듭났다. KT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3-1로 꺾고 3위 NC와 승차 없는 4위로 올라섰다. 현재 성적은 49승2무44패로 승패 마진은 ‘+5’다. 승리 적자를 지운 것도 모자라 5승을 더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밝히고 있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KT는 ‘부상병동’이라 불릴 만큼 아픈 선수들이 많았다. 불펜 핵심 주권과 김민수는 팔꿈치와 어깨가 좋지 않아 개막전부터 자리를 비웠다. 지난해 13승을 거둔 소형준은 5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고, 타선에선 배정대와 박병호, 황재균, 강백호가 번갈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과 보 슐서도 자기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승리와는 계속 멀어졌다.
이런 KT를 상위권으로 이끈 마법은 ‘선발 야구’였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후 강점으로 자리 잡은 선발 야구가 다시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중심에는 고영표와 벤자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가 있다.
고영표는 KT가 자랑하는 국내 1선발이다. 2021년 11승을 거두면서 KT의 사상 첫 번째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지난해에도 13승을 챙겼다. 이 사이 국가대표로 발돋움한 고영표의 존재감은 올 시즌에도 빛나고 있다. 고영표는 6일 두산전에서 7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면서 6피안타 5탈삼진 1볼넷 1실점 역투하고 4위 도약을 책임졌다. 벤자민의 어깨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초반에는 구위가 떨어져 어려운 경기가 많았다. 그러나 7월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강철 감독이 설계한 KT표 선발 야구는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달린 6연승 기간 KT 선발진은 계속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고영표와 벤자민을 포함해 엄상백과 배제성, 윌리엄 쿠에바스가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이렇게 선봉장들이 자기 몫을 다하자 박영현~김재윤으로 연결된 필승조도 힘을 내면서 상위권 도약의 반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올 시즌 KT의 전체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43개로 부문 1위(55개)인 키움 히어로즈 다음으로 많다.
이날 두산전에서 승리투수가 돼 KT 구단 최초로 3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은 고영표는 “6월까지는 부상자들이 너무 많았다. 다행히 아픈 선수들이 돌아오면서 KT 특유의 선발 야구가 살아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우리 투수들끼리 경쟁의식이 생겼다.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오면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막으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상승세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분 좋게 8월 첫째 주를 마친 KT는 8일부터 안방에서 8위 한화 이글스를 상대한다. 순위 차이는 있지만, 올 시즌 1승1무4패로 상대전적이 좋지 못하다. 이강철 감독은 “이제 한화와 남은 10경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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