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뉴아인 대표 "전자약, 뇌 넘어 눈·항암 치료까지 가능해"
편두통·ADHD 등 뇌질환 치료 넘어
'재생 치료' 통한 안질환 치료
'전기장 자극' 통한 항암 치료까지 포부
"신경 등 우리의 몸은 상처를 입거나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재생합니다. 이를 전기로 자극해 재생 효과를 높인다면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큰 안과 질환에 대한 근원적 치료가 가능해집니다."
전자약은 생체 신호를 모방한 전기 자극 등으로 신경·조직, 장기에 원활한 재생·작동을 제공하는 치료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에 이른 전자약은 대부분 편두통, ADHD 등 뇌와 관련한 질환 치료에 집중해오고 있다. 하지만 뉴아인은 뇌 질환은 물론 이를 넘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전자약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회사다.
김도형 뉴아인 대표는 "현재 상용화된 경두개 직류자극술(tDCS) 등 일반적인 뉴로모듈레이션(미세 전기·자기장 자극)의 수준을 넘어 세포의 대사 활동 조절 등을 통한 안과 질환 등의 재생 치료, 나아가 항암 치료까지 전자약의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우선은 뉴아인 역시 뇌 질환 치료기기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친 단계다. 편두통 치료기기 '일렉시아'는 지난 6월에는 동아제약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연구·개발(R&D) 협약을 맺은 데 이어 판매까지 손을 잡았다. 동아제약을 통한 국내 판매는 오는 10월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ADHD 치료기기 '스마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510k를 받아 업그레이드를 위한 임상을 내년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 이미 승인된 치료기기가 있지만 환자들이 쓰기 불편하다 보니 판매가 잘 안 된다"며 "기술을 넘어 사용성과 편리성까지 경쟁해야 만큼 이를 개선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치료 기기인 '리틀베어(littlebear)'도 2025년 중 출시가 예정돼 있다.
각막과 망막 등 안질환 치료기기를 내년 중 출시를 목표로 한다. 미충족 수요가 높은 만큼 창업 당시 처음으로 목표로 했던 분야기도 하다. 회사 이름 '뉴아인'도 이러한 의미가 담겼다. "빛을 뜻하는 고대어 '뉴(Nu)'와 눈을 뜻하는 영어 '아이(eye)'를 결합해 눈 치료 제품을 개발하고, 광명의 빛을 인류에게 주겠다는 뜻"이라고 김 대표는 회사명을 설명했다.
안과 질환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것은 각막 재생을 통한 안구건조증 치료기기 '럭스(뉴아인01)'다. 김 대표는 "신경은 상처를 입으면 스스로 재생하는 영양물질을 내생적(endogenous)으로 만드는데 여기에 적절한 자극을 줘 이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게 치료 프로토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탐색 임상에서 안구건조증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며 "라식·라섹·백내장 등 수술 과정에서 다친 각막 신경의 재생을 도움으로써 안구 건조와 눈의 불편감이 없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가성비'를 고려했을 때 병인이 다양한 안구건조증 중 직접적 각막 손상 위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김 대표는 "럭스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건 수술, 화학물질 등으로 직접 각막이 손상된 사례"라며 "일반 안구건조증에도 효과는 있지만 우리 기기는 현재로서는 고가일 수밖에 없어 이런 환자들에게는 기존 약물 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망막 치료기기인 '라이트세이버(lightsaver, 뉴아인02)'는 황반변성을 타깃으로 한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노폐물이 끼면서 저산소증이 발생하면서 우선 건성 황반변성이 생긴다. 이로 인해 혈관이 과도하게 자라는 습성 황반변성까지 치달으면 실명까지 갈 수도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눈에 직접 주사를 하는 치료가 이뤄지지만 이는 증상의 악화를 막을 뿐 근원적 치료제는 되지 못하고, 건성 황반변성은 치료제 자체가 없다.
김 대표는 "근원 치료제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근본적 원인은 노화인 만큼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 기전은 각막과 동일하게 재생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는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기존 주사제와 병용 임상을 통해 혈관신생을 억제하면서 재생도 이뤄지는 이중 치료가 가능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전자약 분야에서는 재생 치료보다도 더 생소한 항암 치료는 "강한 전기장을 걸어 암세포의 분열을 방해하는 기전"이라며 "일반 세포도 10%가량 죽기는 하지만 종양 특이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암세포는 80~90%를 사멸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동물 실험 단계다. 이 기술은 1차 치료요법 등으로 쓰이기보다는 병용 치료를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집에서 계속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인 만큼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지속적인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전기를 쏘는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소재가 중요한 만큼 관련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라믹 기기를 패치로 몸에 붙여서 전기장을 몸 안에 쏘는 방식"이라며 "핵심은 암세포까지 전기장이 잘 닿는 것인 만큼 초고유전율(전하가 움직이는 정도)의 세라믹을 개발하기 위한 소재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꾸준히 매출을 증가시켜서 조만간 상장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내년 정도에는 현 기준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R&D 투자를 계속 늘려야 하는 만큼 당분간은 적자를 감수할 것"이며 "현재 시리즈C까지 투자를 마친 만큼 내년부터 기술평가 등 본격적 상장 작업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말 상장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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