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척 보니 깃꼴겹잎에 전연이네" 분류법 알면 나뭇잎 박사

성선해 2023. 8.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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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굣길이나 공원, 도시의 야산, 학교의 정원 등에는 보통 나무가 있죠. 가지에 달린 것이든 바닥에 떨어진 것이든 흔하게 나뭇잎과 만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나뭇잎은 각 나무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을 두고 나뭇잎을 분류하면 어떤 종류의 나무에서 자란 잎인지 대략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나뭇잎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심예준·조유나 학생기자가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를 찾아 '나뭇잎 스케치텔링' 수업을 진행하는 이선미 선생님과 만났어요.

조유나(왼쪽)·심예준 학생기자가 다양한 종류의 나뭇잎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스케치하며 각각 특성을 살펴봤다.

유나 학생기자가 "나무의 종류를 쉽게 알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했어요. "나무를 살피고 관찰하는 포인트는 새로 막 터져 돋아나려는 초목의 싹인 눈, 가지에 돋아난 잎과 꽃, 줄기나 가지, 열매와 종자, 나무의 껍질인 수피 등 여러 가지가 있어요. 꽃이 피었다면 꽃으로, 열매가 열렸다면 열매로, 겨울이라서 잎도 열매도 볼 수 없다면 겨울눈으로 구별하죠." 여름에는 잎이 넓고 무성한 활엽수가 많으니 활엽수 나뭇잎을 통해 나무와 친해져 봅시다.

먼저 왕버들 잎으로 나뭇잎의 구조를 파악해 볼까요. 사람도 팔·다리와 얼굴, 배, 가슴 등으로 몸의 부위를 구분하듯이, 나뭇잎도 부분별 명칭이 있어요. 잎몸을 줄기나 가지에 붙게 하는 꼭지 부분은 잎자루, 그 밑에 붙은 한 쌍의 작은 잎은 턱잎(탁엽), 잎자루에서 가장 가까운 잎의 밑부분은 잎밑(엽저), 잎자루에서 가장 먼 잎의 끄트머리 부분은 잎머리(엽두), 잎맥 이외의 조직은 잎살(엽육), 잎살 안에 분포된 관다발은 잎맥, 잎의 가장자리는 엽연이라 하죠. 그리고 잎머리부터 잎밑까지에 해당하는 부분을 잎몸(엽신)이라 해요. 이 선생님이 "잎의 3요소인 잎몸과 잎자루, 턱잎으로 크게 나눠서 기억하세요"라고 말했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회양목·자작나무·느티나무·뽕나무 잎. 잎의 모양, 잎이 나는 방향, 잎가장자리의 톱니유무, 활엽수·상록수 여부로 구분하면 각 나뭇잎의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나뭇잎은 홑잎과 겹잎으로 구분합니다. 홑잎은 잎자루에 붙은 잎의 개수가 한 장인 잎을 말하며, 단엽이라고도 불러요. 홑잎은 밤나무·사과나무처럼 잎의 테두리가 둥근잎과 단풍나무·뽕나무처럼 잎의 테두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갈래잎으로 나뉩니다.

겹잎은 하나의 잎자루에 두 개 이상의 작은 잎이 붙어 하나의 잎을 이루며, 그 구조 때문에 복엽이라고도 불러요. 겹잎은 고추나무·오갈피나무처럼 작은잎 여러 장이 한 잎자루에서 자라서 한 장의 잎을 구성하는 손꼴겹잎과 아까시나무·능소화처럼 작은잎 여러 장이 새의 깃털처럼 잎자루 양옆으로 나란히 나서 한 장의 잎을 구성하는 깃꼴겹잎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어요. 손꼴겹잎은 말 그대로 사람의 손목과 여기에 연결된 손가락 모양을 닮았고, 깃꼴겹잎은 줄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대칭해서 털이 난 새의 깃털 구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워요.

홑잎과 겹잎을 제대로 구분할 줄 알면 내가 본 나뭇잎이 대략 어떤 종류인지 알기 위해 단계별 분류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나무는 크게 잎이 넓은 활엽수와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모양인 침엽수로 나뉘는데, 활엽수를 구분하는 법부터 살펴볼까요.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나뭇잎들도 잎의 모양, 잎차례, 잎가장자리 톱니 유무, 상록수·낙엽수 등으로 구분하면 쉽게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활엽수는 잎의 모양▶잎차례▶잎가장자리 톱니 유무▶상록수·낙엽수 순서대로 총 4단계로 구분해서 관찰합니다. 잎의 모양을 보면 활엽수잎은 크게 버드나무 잎처럼 테두리 부분이 갈라지지 않고 둥근 형태를 가진 홑잎-둥근잎, 단풍나무잎처럼 잎의 테두리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홑잎-갈래잎, 오갈피나무처럼 작은 여러 장의 잎이 한 잎자루에서 나와서 한 장의 잎을 구성하는 손꼴겹잎, 모감주나무 잎처럼 작은 여러 장의 잎이 잎자루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나란히 나서 한 장의 잎을 구성하는 깃꼴겹잎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잎의 모양으로 분류를 마쳤으면 두 번째 기준인 잎차례를 통해 또 한 번 나눌 수 있어요. 잎차례란 잎이 가지에 붙는 방법을 말하는데, 잎이 가지를 중심으로 1장씩 서로 어긋나게 붙는 형태인 어긋나기, 2장의 잎이 가지를 중심으로 마주 붙는 형태인 마주나기로 구분해요.

세 번째 기준은 잎의 가장자리의 톱니 유무입니다. 잎 가장자리가 톱니가 없이 밋밋하거나 물결처럼 울퉁불퉁한 잎은 전연이라고 불러요. 대부분의 잎은 가장자리 전체가 톱니 모양 혹은 전연이지만, 간혹 팽나무잎처럼 상반부에만 톱니가 있고 아랫부분은 전연인 경우도 있죠.

야외에서 나무와 나뭇잎을 관찰하기에 앞서 소중 학생기자단이 여러 종류의 말린 나뭇잎이 들어 있는 카드로 각 나뭇잎의 생김새를 빨리 파악하는 훈련을 했다.


네 번째 기준은 낙엽수와 상록수예요.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를 낙엽수, 일 년 내내 잎을 달고 있는 나무를 상록수라 해요. 흔히 상록수 하면 소나무와 같이 잎이 바늘처럼 뾰족하고 사철 내내 잎이 푸른 상록침엽수를 떠올리지만, 잎이 넓은 활엽수도 동백나무·회양목처럼 상록활엽수가 있답니다.

침엽수잎은 잎모양▶잎이 난 모양▶상록수·낙엽수 여부로 나눠서 3단계로 관찰하면 돼요. 잎 모양부터 살펴보면 침처럼 가늘고 뾰족한 바늘잎, 작은 물고기 비늘이 이어진 모양의 비늘잎, 활엽수와 침엽수의 특징이 혼재된 특수형 등으로 구분해요.

두 번째 단계인 잎이 난 모양 분류는 바늘잎만 해당합니다. 바늘잎은 잎이 난 모양에 따라 소나무처럼 여러 개의 잎이 한곳에서 모여서 나는 다발모양과 메타세쿼이아처럼 두 줄로 마주나는 깃모양으로 구분하죠. "대부분의 침엽수는 겨울에 잎이 지지 않는 상록수이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얼지 않기 위해 소나무나 메타세쿼이아처럼 잎의 표면이 좁고 바늘 모양인 경우가 많아요." 세 번째 단계는 상록수와 낙엽수 여부인데요. 활엽수 중에 상록수가 있듯이, 침엽수 중에서도 낙엽수가 있어요. 앞서 언급한 메타세쿼이아가 바로 낙엽수죠.

이선미(맨 오른쪽)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각종 활엽수와 침엽수 등 서울식물원 부지 내에서 자라는 여러 나무의 특징을 설명했다.


나뭇잎 구분하는 법을 배운 소중 학생기자단은 물체를 확대해서 보는 볼록 렌즈인 루페를 들고 나가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주변 나무의 잎을 직접 관찰하기로 했어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활엽수인 모감주나무였죠. 조경수·가로수·공원수 등으로 많이 활용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모감주나무 잎은 잎자루의 양쪽에 여러 개의 작은 잎이 새의 깃 모양처럼 붙어있었는데요. 모감주나무를 4단계로 분류하면 깃꼴겹잎에 잎차례는 어긋나기, 잎가장자리는 톱니, 낙엽수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분류하면 쉽게 이름과 특징을 기억할 수 있어요.

모감주나무에는 꽈리 모양의 열매가 달려 있었는데요. 그 옆에는 노란색 꽃도 핀 상태였죠. "보통 여름보다는 봄철에 꽃이 핀 나무를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모감주나무는 여름철에 꽃을 피워요. 모감주나무의 노란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면 황금비가 내리는 것 같다고 해서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라고도 부르죠." 모감주나무 열매는 10월에 익는데, 그 안에는 구슬 모양의 단단한 씨앗이 들어있어요. 이것으로 염주를 만들었기 때문에 염주나무라고도 해요. 모감주나무를 사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유죠.

서울식물원 부지 내에서 여름에 볼 수 있는 병아리꽃나무·화살나무·고광나무·산사나무·생강나무·백당나무 등의 잎사귀.

그다음에 만난 건 또 다른 활엽수인 생강나무예요. 잎과 가지에 냄새가 나는 액체를 포함하고 있어 꺾거나 상처를 내면 생강향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죠. 생강나무 잎은 홑잎-갈래잎, 잎차례는 어긋나기, 잎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는 전연, 낙엽수로 분류할 수 있어요.

열심히 여러 종류의 나무와 나뭇잎을 관찰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서울식물원 부지 내에 떨어져 있는 여러 장의 나뭇잎을 주워서 강의실로 돌아와 직접 나뭇잎을 그려보기로 했어요. 예준 학생기자는 화살나무 잎, 유나 학생기자는 병아리꽃나무 잎을 택했습니다. 막상 나뭇잎을 종이에 옮기려니 다소 막막했는데요. 예준 학생기자가 "나뭇잎을 좀 더 쉽게 그릴 방법이 있나요? 어떤 부분부터 관찰해서 형태를 파악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자, 이 선생님이 "식물의 형태만 자세히 관찰해 그린 그림을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라고 해요. 보태니컬 아트는 사진 기술과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식물도감·의학 서적·생태 서적 등 학술 서적에 식물이 지닌 모습 그대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삽화에서 출발했죠. 여러분도 보태니컬 아트처럼 잎머리 쪽과 잎밑 쪽을 나눠서 형태를 살펴보고, 잎마다 있는 독특한 특징을 파악해 보세요."

여름에는 잎이 넓고 무성한 활엽수를 쉽게 볼 수 있지만, 나무의 몸에는 나뭇잎 말고도 꽃·줄기·겨울눈 등 각 나무의 특징을 구별하는 요소가 많다.


이 선생님의 말처럼 나뭇잎을 꼼꼼하게 잘 그리기 위해 잎머리·잎밑·잎자루·잎맥·잎가장자리·잎살 등을 꼼꼼히 살피자 나뭇잎에도 각자의 형태적 특징과 개성이 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어요. 화살나무 잎과 병아리꽃나 무잎은 둥근 형태이며 가장자리가 톱니모양이라는 점은 동일했지만, 병아리꽃나무 잎의 잎맥이 앞면이 움푹하고 뒷면은 돌출돼 훨씬 입체감이 있었죠. 비슷비슷하게 보이던 우리 주변 나뭇잎들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런 차이점이 보인답니다. "여러분이 배운 분류법은 모양과 속성에 따라 나뭇잎을 분류해요. 하지만 나무의 몸에는 나뭇잎 말고도 꽃이나 줄기, 겨울눈 등 나무를 구별하는 요소가 많이 있답니다. 나무를 매일 산책을 함께하는 친구처럼 마주하고 사귀면 언제 잎이 펼쳐지는지, 꽃은 언제 피는지, 향기는 어떤지, 잎이 지는지, 아니면 늘 푸른지 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취재를 위해 서울식물원을 방문했는데 식물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느껴졌어요. 열대 식물이 넘쳐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완벽하게 관리된 식물들과 넓은 공간은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에서 '나뭇잎 스케치텔링' 수업을 통해 식물의 종류와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고 야외에서 여러 나뭇잎을 찾는 활동을 했어요. 서울식물원에서는 식물 공부, 휴식, 사진 촬영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으므로 식물에 관심이 있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또 '나뭇잎 스케치텔링' 수업에서 좋은 경험을 해서 좋았고, 이번 취재를 통해 식물에 관해 조금 더 알고 관심도 갖게 됐어요.
심예준(서울 을지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정말 재미있었고 배운 점도 많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이 식물은 뭘까?’라고 궁금해하면 4단계 분류법을 활용해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를 빠져서 속상하기는 했지만 많은 흥미로운 사실을 배워서 참 가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나뭇잎 스케치텔링' 수업과 비슷한 체험이 있다면 또 해보고 싶어요. 자연 속에서 관찰하니 탐험가가 된 것 같아 두근거리고 흥미로웠어요.
조유나(서울사대부초 5)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심예준(서울 을지초 5)·조유나(서울 서울사대부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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