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추신경계 손상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실어증 동일 신체부위 장해 아냐"
동일 신체부위 장해로 본 2심 파기환송
중추신경계 손상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와 실어증은 동일한 신체 부위에 발생한 장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험이나 공제금 약관상 동일한 신체 부위에 발생한 장해에 대해 중복 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더라도, 별개의 장해에 해당돼 각각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의 배우자 이모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2심의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의 공제금 지급범위 산정에는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17년 2월 충남 당진시 한 노상에서 소형화물차량 적재함 끝에 서서 쌀을 싣는 작업을 하던 중 운전자가 갑자기 차량을 앞으로 진행시키는 바람에 도로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날 사고로 A씨는 중추신경계가 손상돼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지기능이 저하됐고 말을 구사할 수 없는 실어증도 생겼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듬해 4월 공제보험 약관에 따라 장해등급 4급에 해당하는 공제금 350만원을 지급하자 A씨 측은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 의료 감정에서 A씨의 실어증은 '말하는 기능을 완전 영구히 잃은 장해', 인지기능 저하는 '중추신경계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 평생토록 수시 간호를 받아야 하는 장해' 판정을 받았다. 약관상 각각 장해등급 1급 2호, 2급 1호에 해당하는 장해였다.
그런데 새마을금고중앙회 약관은 '공제기간 중 동일한 재해로 인해 두 종목 이상의 장해를 입었을 경우 그 각각의 해당하는 생활연금, 치료연금, 또는 재해장해공제금을 지급한다'고 정하면서도, '그러나 그 장해상태가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한 경우에는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생활연금, 치료연금 또는 재해장해공제금만을 지급한다'라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었다.
결국 재판에서는 A씨가 입은 장해를 별도의 장해로 볼 것인지, 아니면 중추신경계 손상에서 비롯된 동일한 부위의 장해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 측의 손을 들어 치료비와 연금 합계 약 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에서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주장이 맞는다고 보고 약 2억5000만원으로 지급 금액을 줄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두 장해가 동일한 신체부위에 발생한 장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각각의 공제금을 따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장해상태가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한 경우'란 신체의 어느 부위에 발생한 장해와 그것이 원인이 되어 다른 부위에 나타난 장해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했다"라며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약관 장해등급분류표에 '말 또는 씹어먹는 기능을 완전 영구히 잃었을 때'가 1급 2호로, '중추신경계 또는 정신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서 평생토록 수시간호를 받아야 할 때'가 2급 1호로 각각 별도의 공제금 지급사유로 구분돼 있는 점 ▲또한 약관의 일부인 장해등급분류 해설에 '신체의 동일부위'에 대해 팔, 다리, 눈 또는 귀, 척추 부위별 각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중추신경계 부위에 대한 규정이나 그 신경계의 장해로 인해 다른 신체부위에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제계약 약관이 정하는 '장해상태가 신체의 동일부위에 발생한 경우'란 문언 그대로 동일한 신체부위에 발생해 존재하는 장해상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획일적 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며 "신체의 동일부위에서 비롯했다는 이유로 둘 이상의 다른 신체부위에 발생한 장해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설혹 그와 같이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신체의 동일부위에 관한 이 사건 공제계약 약관의 의미가 명백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약관의 해석에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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