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매도 리포트도 약발 떨어졌나

송화정 2023. 8. 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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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주 관련 매도 리포트 잇따라 헛발질
국내 증권사 매도 리포트 비율 0.1%…외국계 10~19%
공매도 연관 의혹 증폭으로 외국계 리포트 신뢰도 떨어져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거의 매도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는 파급력이 컸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가 공매도와 연관돼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는 지난 4일 전일 대비 0.34% 오른 5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31일 모건스탠리에서 포스코홀딩스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이후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하긴 했으나 이 기간 이차전지주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점을 감안할 때 전적으로 보고서 때문에 하락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기존 '동일비중'에서 한 단계 낮춘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40만원에서 4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현 주가에 현저히 못미치는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포스코홀딩스는 전 세계 리튬 관련주 가운데 가장 비싼 주식"이라며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향후 15일 안에 떨어질 확률이 80%로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에는 골드만삭스가 포스코퓨처엠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냈다. 포스코퓨처엠의 주가는 25일 10% 넘게 상승했고 26일과 27일에는 이차전지주들이 동반 급락세를 보이면서 하락했지만 이후 바로 반등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6월에는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으나 당시 26만원대였던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현재 38만500원이다.

과거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의 파급력이 컸던 것은 국내 증권사에서는 거의 매도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영향이 컸다.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 리포트 투자등급 공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 비율은 16.1%였다. 노무라 18.9%, 도이치증권 14.3%, 모건스탠리 16.9%, JP모건 14.1%, 크레디트스위스(CS) 10.5% 등이었다. 국내 증권사는 0.1% 수준이었다. 국내 증시에서는 거의 드문 매도 의견 보고서가 나올 경우 아무래도 주목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는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파급력을 키우는 부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매도 보고서를 거의 내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그런 상황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는 객관적인 분석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받아들여졌다"면서 "또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외국 연기금이나 헤지펀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매도 보고서의 파급력이 약화된 데는 공매도와 연관이 있다는 의구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나온 후 해당 종목의 공매도가 늘어나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로 차익을 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10월 네이버의 주가가 급락했는데, 씨티와 JP모건에서 낸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다. 씨티는 네이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를 종전 32만8000원에서 17만원으로 반토막 냈다. JP모건은 목표주가를 27만원에서 22만원으로 내렸다. 보고서가 나온 날 네이버에 대한 공매도는 전거래일 대비 10배 이상 늘면서 공매도 거래액 1위에 올랐다.

앞서 셀트리온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공매도 잔고도 최근 크게 늘었다. 포스코홀딩스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지난달 3일 1683억원에서 이달 1일에는 1조2418억원으로 불어났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낸 후 관련 종목의 공매도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공매도와 연관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이는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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