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일까… 타자일까… 경북고 전미르는 "다 하고 싶다"
경북고의 만능 재주꾼 전미르(18)는 욕심쟁이다. 지금처럼 프로에서도 투수와 타자, 모두 도전하고 싶다.
경북고는 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16강전에서 덕수고를 4-3으로 이겼다. 1974년 이후 끊긴 대통령배 우승 명맥을 잇기 위한 최대 고비를 힘겹게 넘겼다.
중심에는 '이도류' 전미르가 있었다. 전미르는 이날 경기 4번 지명타자로 나섰다. 1회 첫 타석에서 덕수고 좌완 정현우를 상대로 가볍게 배트를 휘둘러 안타를 때려냈다. 타석이 채 한 바퀴도 돌기 전 전미르는 더그아웃을 나와 마운드로 향했다. 1-0으로 앞선 2회 초 2사 2루에서 투수로 등판했다. 1점 싸움이 될 거라 판단한 이준호 경북고 감독은 빠르게 승부수를 던졌다.
아쉽게도 전미르는 첫 타자 이재형에게 안타를 주고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3회부터는 아웃카운트를 차례차례 쌓아나갔다. 5회 무사 1루에선 자신 앞으로 굴러오는 번트 타구를 재빨리 잡아 병살타로 연결했다. 뛰어난 판단과 운동능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3-1로 앞선 6회 2점을 내줬지만, 전미르는 마운드를 내려오지 않았다. 9회까지 102개를 던지면서 7과 3분의 1이닝 6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타석에서도 안타 2개를 더해 4타수 3안타.
경기 뒤 전미르는 "날씨가 덥지만 처지지 않으려고 했다. 이를 악물고 던졌다. 경기 초반에 등판했기 때문에 카운트를 잡으면서 유인구로 맞춰잡으려고 했는데 생각대로 잘 됐다. 후반엔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해줬다"고 말했다.
과거엔 투타를 겸비한 선수들이 많았다. 송진우, 조계현, 이대진, 이승엽, 류현진, 김병현, 추신수, 이대호 등은 학창 시절 투수와 타자로 모두 좋은 성적을 냈다. 21세기 이후엔 최근엔 하나에 집중하는 추세였지만, 오타니 쇼헤이가 활약하면서 투타를 겸업하는 선수가 조금씩 늘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선수가 전미르다. 전미르는 마운드에서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진다. 올해 공식전 12경기에 등판해 4승을 거뒀고, 56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 19개를 주고, 삼진 46개를 잡았다. 제구와 구위, 모두 수준급이다.
타석에 선 전미르도 뛰어나다. 타율 0.338(71타수 24안타), 3홈런 30타점. 삼진은 10개 밖에 당하지 않았고, 볼넷 21개를 골랐다.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있는 스윙이 매력적이다. 타구 스피드는 현재 고교 타자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고는 대통령배 직전에 열린 청룡기에서 우승했고, 전미르는 MVP를 수상했다. 곧바로 대통령배가 열렸지만, 전미르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체력은 약하지 않다. 힘이 좀 빠졌지만, 경기를 하면 아드레날린이 솟아나서 먹고 산다"고 웃었다.
2024시즌 드래프트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장현석(마산용마고)이 미국행을 선언하면서 좌완 황준서(장충고)와 우완 김택연(인천고)이 나란히 1·2순위로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에 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미르는 강릉고 투수 조대현, 휘문고 투수 김휘건, 장충고 투수 육선엽 등과 함께 1라운드 상위 지명이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가 전미르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4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다. 전미르는 "어렸을 때부터 대구에 태어나 삼성 왕조를 보며 자랐다. 프로선수로서 꿈을 키웠고, 어쩔 수 없이 정이 많이 간다"면서도 "다른 팀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전미르는 프로에서도 투타겸업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는 "내 의사를 묻는다면 두 개 다 잘 할 자신이 있다. 물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투수면 투수, 타자면 타자, 어디서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배는 전미르에게 의미가 있는 대회다. 청소년 대표로 발탁돼 사실상 이번 대회가 마지막 고교 무대이기 때문이다. 전미르는 "2관왕 하려고 왔다. 청소년 대표도 좋지만, 지금은 경북고 유니폼을 입고 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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