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KT에 필요한 일, LG 시절 해냈다…KT 수장 내정된 김영섭 [팩플]
KT가 역대 세 번째로 외부 출신 대표이사(CEO)를 맞이한다. 지난 4일 KT 이사회가 차기 CEO로 김영섭(64) 전 LG CNS 사장을 내정하면서다. LG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김 후보자가 경영 마비 상태에 빠진 KT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김영섭 리더십 분석해보니
통신업계 관계자는 “LG CNS 재직 시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될 때, 김 전 사장이 사내 유휴 인력을 조정하고 조직 구조 슬림화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면서 “KT의 안정화와 효율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형식보다 본질: 김 후보는 LG CNS CEO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해현경장’(解弦更張)과 ‘사요무실’(事要務實)의 사자성어를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거문고 줄을 바꿔 매듯 느슨함을 버리고 긴장하고(해현경장), 형식보다 실질에 힘쓰라(사요무실)는 의미다. 김 후보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을 만큼 한학에 관심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실적 향상을 강조한 그는 직원들에게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핵심만, 빠짐없이 보고할 것”을 주문하며 “보고할 내용 100가지가 있어도 가장 중요한 3가지만 보고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 추진하되 소통한다: 김 후보는 2019년 당시 대기업 중 선도적으로 LG CNS에 역량이 뛰어난 직원에겐 나이·직급에 상관없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기술역량레벨’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 5년차 이상으로 제한했던 책임(과장, 차장, 부장급) 승진 대상 기준도 없앴다. 일부 반발이 일자 김 후보가 직접 “기술중심 회사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제도 도입 공청회를 30회 넘게 열어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후 해결할 과제는
KT는 지난해 12월 이후 차기 CEO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며 새로운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김 후보가 취임 후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 방치된 인사·조직·주가: 그동안 KT는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경영기획부문행) 체제로 움직이며, 굵직한 의사결정은 신임 CEO 취임 이후로 미뤄놨다. 특히, 본사와 52개 계열사 인사가 모두 올스톱 상태다. 김 후보는 취임후 임직원 인사와 조직 개편부터 우선 챙길 가능성이 크다. 주가 회복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지난해 말 3만5000원대였던 KT 주가는 지난 3월 2만8000원대까지 떨어졌고 현재 3만원 선을 오르내리는 중. 6일 KT 주주모임 온라인 카페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은 김 후보에게 보낼 주주 공개 서한을 작성을 논의하고 있다. KT의 핵심역량 강화와 신사업 확대 전략, 소액 주주 의사반영을 위한 개선 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 조직 효율화 나설까: KT는 외부 인사가 대표로 왔을 때 조직 구조 효율화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약 6000명,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엔 약 8000명이 특별 명예퇴직을 통해 퇴사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조조정과 재무 전문가인 김 후보가 KT 조직을 어떻게 재정비할 지 주목한다. 지난해 말 기준 KT 직원 수는 2만544명으로 SK텔레콤(5314명)과 LG유플러스(1만494명)에 비해 조직 규모가 크다. 직원당 영업이익도 경쟁사 대비 낮아 조직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기업별 사업 분야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효율화를 하려면 확실한 명분과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김 후보는 이달 말 열릴 제2차 KT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 참여 주식 60%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KT CEO로 선임된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 2년 7개월이다. 지난 4월 결성된 KT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한 조명현 고려대(경영학과) 교수는 “차기 KT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영 공백, 검찰 수사 등으로 뒤숭숭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ICT 산업에 대한 KT의 비전과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라며 “비(非) KT 출신 대표의 새로운 비전에 구성원과 주주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호응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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