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 4만원 65세 봉사자가 지킨다…외부인에 뚫린 학교 공포
대전 한 고교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미리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인 침입 사건이 반복되는데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경찰 및 교육계에 따르면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지난 4일 대전 고교에 침입해 교사를 칼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교육부의 ‘학교 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외부인이 학교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인적사항, 출입 목적을 기재하고 신분증을 제출해 확인, 방문증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고교에선 남성이 정문을 통해 아무 제지 없이 교무실까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하는 사건은 계속돼왔다. 2021년 충남 아산에서는 흉기에 찔린 남성이 수업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8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4학년 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여 충격을 줬다. 2012년에도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고교 자퇴생이 흉기를 들고 침입한 사건이 있었다.
이번에 교내 피습 사건이 벌어지자 전교조, 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들은 “학부모 등 외부인이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와 교사와 학생에 폭언·폭행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대전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은 학교 내 외부인 출입에 대한 규제가 미흡해 벌어진 참사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며 “교권은 무너졌고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원봉사자가 대부분…학교보호인력 늘려야”
학교보안관은 교육 공무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4대 보험을 보장받는다. 반면 배움터지킴이는 자원봉사자 신분이다. 일급 4만원 수준의 경비만 지원받고, 별도의 안전 요원 교육은 없다. 주로 퇴직 공무원·군인·경찰·교원 등이 위촉돼 65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현재 학교보안관은 대규모 학교나 일부 초등학교에서만 채용하고 있다. 대부분 학교는 배움터지킴이만 배치돼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고교에서도 배움터지킴이 자원봉사자 3명을 위촉했다.
학교보안관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4월 강원도교육청은 학교보안관의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관내 모든 학교에 배움터 지킴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는 “전문적인 훈련과 경험을 가진 인력을 축소하고 순전히 자원봉사자의 선의에 학교와 아이들의 안전을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현직 교사들도 전문적인 보안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초등교사는 “고령의 학교보안관이 고생하고 있지만, 민간 경비같은 보안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외부인의 출입이 잦은 고등학교에선 불안함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곧 수능 원서 접수 기간이라 졸업생, 대체 접수자 등 불특정 다수의 외부인이 학교에 방문할텐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교문 닫고 외부인 출입 제한”
미국에선 1990년대에 이미 학교에 전담 경찰관이 상주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대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업 중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해야 하며, 매뉴얼과 조례가 아닌 학교 출입절차와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 외부 출입자에 대한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하도록 당부하는 긴급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감에 발송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교권 보호·방안 방안에도 외부인에 대한 응대 매뉴얼을 포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차세대 원격통합관제 시스템’을 개발해 범죄·안전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사전에 승인 받은 사람만 학교에 출입할 수 있도록 출입자의 동선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는 것이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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