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새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

2023. 8. 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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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사실심 법정서 재판만 해온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겠다"
장담했던 김명수 대법원장

6년간 공정·투명한 재판 위한
실천적 방안 제시하지 못해

새롭게 임명될 대법원장은
방향 잃은 사법 지향점
되찾을 역량 갖추고 있어야

2017년 8월 21일 대통령은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뒤를 이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그를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해 실행했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관용차가 있음에도 굳이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대법원에 나타난 그는 “31년 5개월 동안 사실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한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사법개혁에 적임자를 지명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대법관 경험이 전혀 없는 후보자 지명은 개혁이 아니라 장악을 위한 것이라거나 사법부의 정치화, 코드화, 이념화를 걱정케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오는 9월 24일 그의 6년 임기가 마무리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지난 6년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이 무엇인지 금방 떠오르지는 않는다. 언론에 언급된 치적으로는 고법부장 승진제도 폐지와 법원장 추천제 도입, 법원행정처 비법관화, 전국법관대표회의 운영으로 대표되는 사법행정의 민주화 및 차세대 스마트법원의 도입 등이 꼽히는 듯하다. 그러나 고법부장 승진제도의 폐지는 고법판사 제도가 도입된 2011년부터 예정됐고, 차세대 스마트법원은 장기간 서로 다른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자소송의 통합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으로 전임 대법원장 시절부터 추진되고 있었다. 법원장 추천제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수직적 사법행정의 모습을 변화시킬 단초를 제공한 점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나, 그 제도적 의의를 떠나 운용과정에서 측근을 중용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고위 법관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불러온 점에서 진의를 의심케 한다.

사법의 본질은 재판에 있다. 6년이 지나는 동안 그가 그린 재판의 모습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김 대법원장은 ‘국민에 중심을 둔 좋은 재판’을 지향점으로 삼고, 필수 요소로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진행과 충실한 심리’를 꼽았다. 모든 심리는 충실하게 진행돼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이 좋은 재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좋은 재판과 충실한 재판,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은 실제로 동의어일 뿐 정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심리해야 재판이 충실해지는가.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하려면 우리 재판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의 사법철학과 그에 기초한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일선 법원에서 묵묵히 역할을 감당했던 법관과 법원 공무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그나마 재판 현장은 본연의 모습을 지탱해 왔다.

새로운 대법원장 지명이 이루어질 때마다 다가올 사법의 모습을 기대할 뿐 누가 대법원장이 될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대법원장의 물망에 오르는 분이 누구든, 적어도 사법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나름의 지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보자 간 구체적인 방향성에 차이가 있을 뿐 국민을 중심으로 한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 김 대법원장이 지명될 무렵에도 그가 보여 줄 사실심 법관의 진면목이 궁금했고, 그가 이끌어 나갈 사법의 모습을 기대했다. 대다수 법관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는 자신에 대한 지명의 변과 같이, 법관 독립에 대한 소신을 갖고 사법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하였으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사법은 정치에 물들어서는 안된다. 대법원장도 자신을 지명한 정치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6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가치는 동일하다. 이제 다시 앞으로 6년간 사법의 모습을 책임질 대법원장의 지명이 임박했다. 누구든 사법의 역할과 사법권 독립에 관한 확고한 신념, 법조 일원화 시대의 사법부 구성과 운영, 재판절차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난 6년간 방향을 잃어버린 사법의 지향을 되찾고, 사법행정을 정상화하며, 미래 사법을 그려나갈 역량과 추진력을 갖춘 분이 지명되기를 바란다.

최창영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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