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대세 떠오르는 ‘로봇 수술’… 인간 의사 역할 가능할까
AI와 로봇으로는 불가능한 영역
수술 주체는 로봇 아닌 인간 의사
로봇만의 자동 수술은 아직 요원
더 안전하고 편리한 '도구' 역할
무흉터 수술·캡슐로봇 발전 가능
“앞으로 로봇 수술이 대세가 된다는데, 지금 의대를 가도 될까요? 의대를 가서 외과만 선택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주위 학부모, 혹은 학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꽤 많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문직의 상징처럼 불리는 의사 직군도 ‘구조조정’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특히 이미 ‘로봇 수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데, 이 기술이 점점 좋아지면 외과 의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사실 국내 현실에서도 외과는 예비의사 사이에서 가장 인기 없는 분야다. 특히 심장외과 등은 사람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고, 만에 하나 실수라도 있다면 의료소송에 휘말릴 위험도 크다. 안 그래도 지원자가 별로 없는 외과가 수술 로봇이 등장하면서 한층 더 지원자가 줄어들 거라고 걱정하는 의사 지인들도 적잖게 보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우려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병원에서 AI와 로봇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컴퓨터가 알아서 환자를 진찰하고, 로봇이 알아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사용법은 전혀 다르다. 환자를 살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사이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검사를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도 의사와 간호사가 맡고 있다. AI 의사는 이렇게 얻은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어떤 병인 것 같고, 치료법은 이러한 것들이 있다’고 답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점을 볼 때 내과 의사나 영상의학과 의사 등의 역할은 상당 부분 축소될 여지가 있다. 내과 등 진단 의사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긴 어렵고, 의학의 발전 목적에서 연구자로서의 수요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많은 양을 AI로 판독하고, 인간 의사는 전체 판독 시스템을 관리하는 일 등을 맡고, AI의 실수(실제로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를 짚어내는 등의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외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수술은 자신의 책임으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또 진행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변수를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 로봇에게 이런 일을 모두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상판독은 사진 한 장을 읽고 결과를 내면 끝이지만, 수술은 여러 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한 사람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장시간 협력해야 한다. 이런 일을 로봇이 맡으려면 사람과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고도의 자아를 갖춰야 한다. AI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물론 AI와 로봇기술이 발전할수록 외과 의사도 그 도움을 받을 것이고, 그만큼 수술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그러나 의사의 역할 그 자체가 침해당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즉 외과는 일자리가 그렇게 줄어들지 않으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쾌적하게 일할 수 있다. 외과가 인기가 있는 과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점은 지금까지 개발된 수술 로봇의 형태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수술용 로봇은 이미 실용화됐는데, 가장 대표적인 로봇이 ‘다빈치’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가 개발한 이 로봇은 의료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다빈치는 본래 의사가 기다란 수술 도구를 손으로 잡고 환자의 몸에 뚫은 대여섯 개의 작은 구멍 속으로 넣어 치료하는 ‘복강경 수술’을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복강경 수술을 할 줄 아는 외과 의사라면 당연히 이 로봇이 없어도 기존 도구를 이용해 수술할 수 있다. 반대로 의사가 복강경 수술 자체를 할 줄 모르면 이 로봇은 무용지물이다. 수술하는 것은 로봇이 아니라 여전히 의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원에서 쓰이고 있는 로봇은 모두 다빈치처럼 ‘의사가 더 편하게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고성능 수술 도구’로 쓰이며, 작은 부분이라도 의사가 하는 일을 대체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현재 추세가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 그때는 ‘의사가 필요 없는 자동 수술’이 등장하게 될까. 몇백 년 후의 먼 미래라면 모르겠지만 현재 예측 가능한 미래에서 그 같은 수술용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의사에게 더 편리한 ‘수술 도구’로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엔 환자의 배꼽 주위로 구멍을 딱 하나만 뚫는 ‘단일공(싱글포트)’ 수술이 인기다. 즉 그 구멍으로 여러 개의 장비를 교차로 집어넣고 치료한다. 즉 수술 이후 봉합에 신경을 쓰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흔히 일명 ‘배꼽 수술’이라고 불린다. 문제는 수술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구멍이 비좁아서 환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구멍 하나로 기다란 수술 도구를 X자로 교차해 넣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최신형 수술 로봇이다. 다빈치 중 최신형 모델을 이용하면 일반 복강경 수술과 단일공 수술을 모두 할 수 있다. 즉 흉터가 거의 없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면 아예 흉터가 없는 단계의 수술을 생각하게 된다. 수술 자국을 전혀 남기지 않아 이른바 ‘무흉터 내시경(NOTE) 수술’ 기법이 존재하는데, 사람의 피부가 아니라 식도나 대장, 여성의 생식기 등으로 도구를 넣어 각종 장기를 수술하는 방법이다. 수술이 까다롭고 위험해 거의 시행되지 않는 방법이다. 만약 AI와 정밀한 로봇기술의 도움을 받는다면 미래에 더 안전한 수술이 될 여지가 남아 있다.
이 단계를 넘어 알약처럼 캡슐만 삼키면 위나 내장 속을 돌아다니면서 환부를 치료하는 ‘캡슐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진도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캡슐 로봇은 알약처럼 삼키면 몸속을 돌아다니며 환부를 찾아 약물을 뿌려주고, 필요하면 검사를 위해 궤양이나 암 조직을 조금 떼어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
수술 로봇은 의학의 발전을 지지하고 있다. 의사가 더 쾌적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진이 도전하고 있다. 시장성도 커 앞으로도 점점 더 큰 발전이 예상되는 분야다. 배를 여는 큰 수술이 필요하던 질환을 몸에 큰 부담 없는 무흉터 수술로 해결하거나, 캡슐 로봇을 먹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즉 미래에 AI와 로봇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 기피 받던 외과는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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