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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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북한 김여정은 미국 정찰기가 북한 경제수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의 담화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이제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가 미 국방성이나 미 인디아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이라도 되는듯 자처해 나서고 있다"는 구절이었다.
북한은 《대한민국》에 한결같이 '《 》'라는 북한식 인용부호를 붙이고 있고, 7월 10일 김여정 담화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맥락상 "남조선 스스로 그렇게 부르지만" 혹은 "소위"라는 멸칭(蔑稱)의 성격으로 이 표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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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북한 김여정은 미국 정찰기가 북한 경제수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의 담화 내용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이제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가 미 국방성이나 미 인디아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이라도 되는듯 자처해 나서고 있다”는 구절이었다. 남조선 혹은 남측으로 우리를 칭하던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라는 우리의 정식 국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대한민국》 표현은 김여정의 7월 11일 담화와 7월 17일 담화에서도 등장했고, 북한 국방상 강순남도 7월 20일 담화와 7월 27일의 북한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대한민국》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이를 놓고 북한이 이제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은 크게 두 가지 해석으로 나뉜다. 하나는 북한이 기존의 ‘민족공조’에 기대지 않고 적국을 상대하는 자세로 한국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이겠다는 취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대화를 대비한 포석을 서서히 펼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들은 모두 한계를 지닌다. 적대감 강화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겁먹은 개’ ‘저능’ ‘서울이 과녁’ 등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김여정의 담화 스타일상 더 직설적인 단어가 등장했을 것이다. 대화의 포석이라는 해석 역시 북한이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일부의 희망적 사고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대한민국》에 한결같이 ‘《 》’라는 북한식 인용부호를 붙이고 있고, 7월 10일 김여정 담화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맥락상 “남조선 스스로 그렇게 부르지만” 혹은 “소위”라는 멸칭(蔑稱)의 성격으로 이 표현을 쓰고 있다. 7월 17일의 김여정 담화에서는 남조선, 대한민국, 미합중국이라는 단어가 함께 등장했는데, 《대한민국》에만 인용부호를 달았다. 더욱이 7월 27일의 강순남 열병식 연설에서는 ‘《한》미일 3각동맹’이라는 기이한 표현도 등장했다. 한국이나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는 철저히 비아냥의 표현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표현이 사용되는 현재 상황이다.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북한은 국제제재와 내부 난국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추진되는 핵과 재래식 군사력 증강, 북·중·러 협력 강화 등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했다. 내구력 고갈, 군사과학기술적 한계 등에 대한 고민도 일부 암시됐지만, 한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와 군사적 대결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드러났다. 이는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돼 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기존의 관성에 따라 핵능력 고도화와 대남 핵협박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김여정은 7월 17일의 담화를 통해 향후 한국과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잠정 중단이나 축소,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과 같은 조치를 고려해도 비핵화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대화의 문턱을 오히려 높였다. 다른 대안을 시도하지 않고 한 길에만 집착하는 경로종속성(path-dependency)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북한을 다루는 효과적 방안은 지금의 길이 ‘백두혈통’의 지속 집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파멸로 가는 수렁이라는 점을 절감케 하는 일이다. 미국의 확장억제를 포함한 대북 억제태세를 조기에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억제와 대화를 탄력적으로 결합하며, 대화를 제의할 때도 기존의 대화 약속을 이행하라는 촉구의 뜻을 담아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한국의 안보문제에 대한 무관심 혹은 대북 영향력 유지에만 골몰할 경우 전략적 선택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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