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 정상

'스코틀랜드'·'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지휘
"음악을 마음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끼게 해"

지휘자 윤한결(29)이 한국인 최초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단은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대강당에서 우승자로 윤한결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카리스마 있고 준비가 철저히 돼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훌륭했다"면서 "음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고 극찬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은 젊은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국제 콩쿠르다. 2010년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클래식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마련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은 3524회에 달하는 연주회를 가진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의 황제.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오페라 극장 지휘는 물론 오페라 연출, 음악 영화 연출, 매니지먼트 사업, 교육, 음악 치료 등 전방위적으로 손을 뻗쳤다. 윤한결은 결선 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과 인터뷰에서 "카라얀은 수많은 성취를 이룬 지휘자이지만 제 생각에는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언어를 소개한 점에서 위대하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에는 쉰네 나라 323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윤한결은 지난 4월 비탈리 알렉세노크(벨라루스), 토비아스 뵈게러(오스트리아)와 함께 결선 진출권을 따냈다. 이날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펠릭스 멘델스존의 교향곡 3번 가단조 '스코틀랜드', 조아키노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아리아 '오, 그대 온화한 별이여', 한국 작곡가 신동훈의 챔버 오케스트라곡 '쥐와 인간의' 등 네 곡을 지휘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상금 1만5000유로(약 2100만 원)와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할 기회를 얻었다. 세계 클래식계의 이목이 쏠린 대회인 만큼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기회도 뒤따를 전망이다.

대구 출신인 윤한결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뮌헨 음대를 졸업했다. 2019년 유럽 최대 음악 축제 가운데 하나인 그슈타드 메뉴인 페스티벌·아카데미에서 한국인 최초로 지휘 부문 1등상인 네메 예르비상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제네바 대극장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에서 부지휘자, 메클렌부르크 주립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다. 부다페스트의 페테르 외트뵈시 재단 등으로부터 지원받아 작곡가로도 일했다. 2015년 제네바 작곡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는 등 다수 수상으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세계적 클래식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회사에는 사이먼 래틀, 정명훈, 다니엘 바렌보임, 마이클 틸슨 토마스, 야닉 네제 세갱 등 세계적 지휘자들은 물론 예브게니 키신, 안드라스 시프, 요요 마 등 스타 연주자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