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자녀 결혼 증여 공제 확대, 부자 감세 아니다

2023. 8. 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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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지난달 말 발표된 올해 세법 개정안은 여느 때에 비해 외형과 내용이 단출하다. 기존 조세 감면을 소규모 확대하는 선에서 세제를 손본 것이 전부다. 형식적으로는 민생 회복과 경제 활력 제고를 표방했으나, 실제로 강도 높은 지원책이 제시되지는 못했다. 전례 없는 수준의 세수 기근이 정부의 발목을 잡아 경기 악화 속에서도 세금을 경감할 수 없는 처지다.

먹을 것 없는 잔치에 그나마 눈길을 끈 것은 혼인에 따른 증여 재산 공제 신설이다. 부모가 혼인 전후 자녀에게 재산을 1억5000만원까지 주어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도록 한 조치다. 기존의 기본공제 한도 5000만원에 추가 공제 1억원이 더해져 신랑·신부가 양가로부터 총 3억원까지 증여세 부담 없이 결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저출생 문제 대응 차원에서 혼인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결혼 비용 세금 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것이 정부가 내건 명분이다.

「 혼인비용 부모 기여는 사회 관행
혼인증여에 과세 않는 것이 현실
범법자 양산 불합리 세법 고쳐야

김지윤 기자

발표를 접한 시민과 언론의 반응은 뜨악하기까지 하다. 혼인과 증여세 간 논리적 관계는 물론 기대효과가 와 닿지 않아 그렇다. 증여세 부담이 장애가 되어 결혼 적령기 남녀가 혼인을 기피한 사례는 아직 보고된 적이 없다. 증여세 공제가 확대되더라도 혼인이 조금이나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이유다. 정책의 실효성은 처음부터 부정당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 결혼 자녀에게 이렇다 할 경제적 도움을 줄 형편이 못 되는 서민 부모는 무기력을 넘어 위화감마저 들 수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부자 감세 주장이 제기되고, 세대에 걸친 자산 불평등 문제로 확대될 양상이다.

증여세를 놓고 벌어지는 지금의 찬반 대립은 세법 개정의 현실적 필요성을 모두 비켜난 것이라 안타깝다. 결혼 증여 공제 확대의 핵심은 혼인 문화 현실과 관련 세법 간 괴리를 조정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부모는 보유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녀가 결혼할 때 드는 자금을 분담하는 것이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문화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어 온 부모의 혼인 비용 기여 관행은 세법 이전의 문제다. 연령상 경제 능력이 충분치 못한 자녀는 특히 주거 마련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부모가 전세 보증금이나 주택 구입 자금에 힘을 보태는 것을 특권층에 국한된 행위로 보지 않았다. 이를 자산 양극화를 불러오는 사회악으로 규정하지는 더더욱 않았다. 현금이 없으면 대출 보증이라도 서준다는 부모의 입장을 부당하기보다는 애처롭게 생각하고 공감하는 편이 더 많다.

천정부지로 솟은 주택 가격으로 부모의 관행화된 경제적 지원은 이제 증여세법 기준에서 대부분 과세 대상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자녀 주거 자금을 지원한 부모가 증여세를 신고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중산층 부모는 자녀 혼인 과정에서 사실상 탈세자로 전락하는 신세다. 꼼꼼한 부모는 만일을 위해 자녀로부터 형식적으로 차용증서를 받아두기도 한다.

증여 사실을 과세 관청이 모르지 않으나 세금 신고를 공개적으로 독려하지 않는다. 세법이 엄연함에도 혼인 전후에 이루어지는 증여에 과세를 강행한 경우는 없었다. 갑작스러운 과세 전환에 맞선 조세 저항이 들불처럼 번지면 제대로 감당할 수조차 없어서다. 다만, 대자산가에 해당하는 극소수 부모에 한해 사망 시 생전 증여를 모두 찾아 상속재산에 합산하여 상속세를 물게 하는 방식으로 보완이 이루어질 뿐이다. 본의 아니게 당국은 법상 과세 책임을 방기하는 것에 가까운 형국이다.

이 모두는 세법이 제때 바뀌지 못해 현실에서 이미 수용되고 있는 혼인 증여 문화를 적절히 녹여내지 못해 빚어진 결과다. 납세자가 세법에 반하는 행동을 하려고 고의로 벌인 일이 아니다. 결혼 증여 공제 확대의 본질은 굳어진 음성적 증여세 회피를 세법 내에서 소화하여 제도를 합리화하는 데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한다는 거창한 대의를 끌어와 개정안을 홍보하려 한 정부를 책망할 수는 있으나, 다수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불합리한 세법만큼은 차분한 토론 속에 온당한 개정 절차를 밟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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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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